[UP코리아]제1부 이것만은 고칩시다<13>불결한 공중화장실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06분


24일 오후 서울의 A 지하철역 공중화장실. 볼일을 보던 한 40대 남성이 바닥에 냅다 침을 뱉었다. 피우던 담배꽁초도 바닥에 던지고 나가 버렸다.

청소를 하던 김모(56) 씨는 “옆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도 보란 듯이 침을 뱉는가 하면 휴지를 쓰레기통이 아닌 바닥에 버리는 일이 많다”며 “3교대로 10분에 한번씩 청소를 해야 할 정도로 금방 더러워진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지하철역의 공중화장실.

10대 여학생 3명이 화장실로 우르르 몰려오더니 같은 칸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이 나간 뒤 바닥엔 발로 문지른 꽁초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화장실 벽에 붙은 ‘금연입니다’ ‘휴지는 쓰레기통에’라는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바닥에 휴지를 버리거나 변기에 이물질을 넣을 뿐 아니라 휴지를 통째로 빼 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관계자는 “하루에 500m짜리 휴지 롤을 12개나 써도 모자란다”며 “필요한 만큼 쓰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시민의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실, 버스터미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화장실의 시설은 예전보다 월등히 좋아졌지만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수준은 시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지난해 6월 서울시 공중화장실 관리인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화장실의 시설 수준과 시민들의 이용문화 수준’에 관한 질문에 “시설과 이용문화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대답은 22.4%에 불과한 반면 “시설은 선진국이지만 이용문화가 후진국 수준이다”라는 대답이 58.6%로 가장 높았다.

화장실 관리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시민연대가 2000년 2월 일반 시민 12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화장실 문화 개선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민의식의 향상’(65.1%)이라는 대답이 ‘행정기관의 의식 향상’(27.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表惠玲) 상임대표는 “화장실 이용 문화를 보면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덜 성숙한 것 같다”며 “공중화장실도 ‘생활 속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제1부 이런 주제 다뤘습니다

<1>외국인이 본 한국인(1월 1일)

<2>인사에 인색한 사회(8일)

<3>네티켓 실종(15일)

<4>교통사고 시비, 목소리 커야 이긴다?(22일)

<5>사라진 지하철 에티켓(29일)

<6>개선돼야 할 명절문화(2월 5일)

<7>창의력 말살하는 마구잡이 베끼기(12일)

<8>배타적 안티사이트(19일)

<9>청소년 욕설 위험수위(26일)

<10>혼례에 낀 거품(3월 5일)

<11>사람 잡는 술 문화(12일)

<12>부도난 예약문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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