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던 김모(56) 씨는 “옆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도 보란 듯이 침을 뱉는가 하면 휴지를 쓰레기통이 아닌 바닥에 버리는 일이 많다”며 “3교대로 10분에 한번씩 청소를 해야 할 정도로 금방 더러워진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지하철역의 공중화장실.
10대 여학생 3명이 화장실로 우르르 몰려오더니 같은 칸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이 나간 뒤 바닥엔 발로 문지른 꽁초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화장실 벽에 붙은 ‘금연입니다’ ‘휴지는 쓰레기통에’라는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바닥에 휴지를 버리거나 변기에 이물질을 넣을 뿐 아니라 휴지를 통째로 빼 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관계자는 “하루에 500m짜리 휴지 롤을 12개나 써도 모자란다”며 “필요한 만큼 쓰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시민의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실, 버스터미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화장실의 시설은 예전보다 월등히 좋아졌지만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수준은 시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지난해 6월 서울시 공중화장실 관리인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화장실의 시설 수준과 시민들의 이용문화 수준’에 관한 질문에 “시설과 이용문화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대답은 22.4%에 불과한 반면 “시설은 선진국이지만 이용문화가 후진국 수준이다”라는 대답이 58.6%로 가장 높았다.
화장실 관리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시민연대가 2000년 2월 일반 시민 12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화장실 문화 개선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민의식의 향상’(65.1%)이라는 대답이 ‘행정기관의 의식 향상’(27.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表惠玲) 상임대표는 “화장실 이용 문화를 보면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덜 성숙한 것 같다”며 “공중화장실도 ‘생활 속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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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통사고 시비, 목소리 커야 이긴다?(22일)
<5>사라진 지하철 에티켓(29일)
<6>개선돼야 할 명절문화(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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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사람 잡는 술 문화(12일)
<12>부도난 예약문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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