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힘은 기술로 메운다=김 사장은 30년간 일했던 현대중공업에서 1994년 정년퇴직한 뒤 협력업체에 재취업했다. 몇 군데 하청업체를 옮겨 다니던 그는 “이런 일이라면 동료들이 모여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2001년 4월 정년퇴직한 동료 12명을 모아 회사를 설립했다.
‘노인네’끼리 일한다며 일거리 주기를 꺼리던 협력업체들은 납기에 맞춰 깔끔한 부품이 공급되자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 연간 매출은 곧 10억 원대로 올라섰고 순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최근 조선업계의 수주가 늘면서 일은 더 늘었다.
생산부장 이상국(李相國·67) 씨는 “젊은이보다 ‘근력’은 달리지만 기술이 능숙하고 직원들의 호흡이 잘 맞아 생산성은 경쟁업체보다 앞선다”고 말했다. 높은 품질과 생산성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신한기계로부터 ‘우수 협력업체상’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현대중공업에서 노조활동에도 참여했던 김 사장은 “주문받은 일의 납기가 다가오면 잠을 못 이루는 등 이제야 ‘경영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면서 “노동환경이 크게 개선된 만큼 노동운동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함께 돌아온 건강과 자신감=“정년퇴직 후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건강을 되찾았고 요즘 딸아이로부터 ‘대단한 엄마’ 소리를 들을 때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현대중공업에서 ‘여성 용접 근로자’로 일하다 1997년 정년퇴직한 천강미자(千江美子·66·여) 씨는 재취업한 뒤 젊음까지 되찾았단다.
천 씨뿐 아니라 ㈜혁신의 다른 ‘노인 근로자’들도 비슷한 경험담을 말했다. 이들은 봉급 수준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었다. 현재 봉급은 정년퇴직 전의 절반 이하지만 아이들을 대부분 출가시켰기 때문에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
이 회사 최고령자인 전국명(全國明·70) 씨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침에 출근할 ‘일터’가 있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10년은 더 일할 수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연령대가 높은 만큼 직원들의 건강은 회사에도 주요 관심사다.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지정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충분히 쉬도록 한다.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의 사례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춘근(李春根)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퇴직 직원들의 창업을 유도하면 고령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고 고령 실업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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