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일선 학교 및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체험학습이나 특기적성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처음 맞는 토요휴업제에 대비했다. 하지만 방송매체나 일간지에 보도된 토요휴업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학교별 지역별로 다양하게 나타난 것 같다. 일부 학교에서는 사정상 토요일에 등교할 학생 수를 사전에 파악해 자율학습이나 체험학습을 실시하는 한편 학부모를 1일 명예교사로 초청해 다양한 체험행사와 문화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학생들을 반강제적으로 출석시키거나 수업을 하는 등 주5일제 시행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우왕좌왕 주5일 수업제▼
시행 첫날에 나타난 이러한 모습은 과연 현재 우리의 사회환경이 주5일 수업제가 의도하는 목적을 충분히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다음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과제를 되새기게 한다.
첫째, 현행 교육과정이 주6일 수업에 연간 220일을 기준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 수의 조정이 없는 채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할 경우 방학을 단축하거나 평일 수업을 늘리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둘째, 주5일 수업제는 7월부터 실시되는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5일 근무제에 맞춘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소규모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에 대한 학교 및 지역 차원의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가정에 방치될 뿐만 아니라 학원 수강 등 자칫 사교육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주5일 수업제를 시작한 선진국의 경우를 둘러보면 사회 경제적 인프라나 제도가 잘 정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매주 수요일을 휴업일로 하는 주5일 수업제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수요일과 토요일 모두 쉬는 주4일 수업제를 운영하는데 수요일의 학습활동은 주로 학부모들이 주관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가정의 경우 1일교사가 학생들을 담당하는 봉사를 해 주기도 하며, 학교 역시 특별프로그램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시설을 개방한다.
이탈리아의 초등학교는 오후반을 선택하면 토요일은 등교하지 않는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한다. 토요일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희망 아동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를 빌려 음악 체육 미술 등의 특기교육을 유료로 실시하는데 수업의 질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선진교육제도로 진입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핵심은 학교 안에서 5일간 이뤄지는 ‘교과 활동’과 토요일에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활동’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과내용이 토요일 체험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욱 생생하고 풍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요즘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그것이 주변 환경과 어떠한 관련을 맺어야 살아 있는 지식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설현수 중앙대 사범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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