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산 도시자연공원 만남의 광장에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행’ 행사에 참가한 50여 가족이 가족별로 관악산을 함께 오를 장애아를 소개받고 있었다.
이 행사는 동아일보사와 서울복지재단이 추진하는 ‘행복나눔네트워크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
아버지 옆에서 재단 직원들이 나눠주는 김밥과 음료수, 조끼를 부산하게 챙기던 동욱(서울 목동초교 2년) 군은 삼성농아원에서 온 동갑내기 유미(가명·청각장애 2급·서울삼성학교 초등부 2년) 양을 보자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동욱이는 “남자가 더 좋은데”라고 중얼거렸다.
“쑥스러워하나 봐요. 야, 이상한 표정 짓지 마.”
아버지 김성영(金成泳·36·한국전화번호부 대리) 씨의 핀잔을 듣고도 시무룩한 표정은 여전했다. 오전 9시 10분, 두 아이는 김 씨의 양손을 잡고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동욱이가 유미와 어울리기 시작한 건 자연관찰로 입구에서부터. 다른 참가자에게서 디지털카메라를 빌린 동욱이와 유미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놀았다. 두 아이는 손짓 발짓으로 사진을 찍을 위치와 배경을 서로에게 가르쳐줬다. 등산로 두 번째 포스트인 K14 지점에서 길이 험해지자 두 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잡았다.
“목동초등학교가 주5일 수업제 시범실시 학교라서 작년에 몇 번 토요일을 같이 보낼 기회가 있었어요. 연어축제에 가거나 경비행기를 타러 가는 등 레저활동을 주로 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가슴으로 느낄 만한 것이 부족하더군요.”
친구들과 장난감을 갖고 놀아도 내 것 네 것을 분명히 하는 아이들을 보고 놀랐다는 김 씨는 행복나눔네트워크 캠페인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재단에 전화를 걸어 참가 신청을 했다.
삼성농아원 김영실(金英實·32·여) 사회복지사는 “장애아동들도 기업체에서 오는 단체봉사보다 가족 봉사자들을 선호한다”며 “특히 이런 행사가 외부 나들이를 하려 해도 인솔자 문제로 고민이 많은 시설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재단 박미석(朴美碩) 대표는 “장애아동의 나들이도 돕고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라고 말했다.
가족 자원봉사활동 참여 문의는 서울복지재단으로 전화(02-738-3181)하면 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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