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우·왕·좌·왕… 어∼ 하다 하루가 갔어요”

  • 입력 2005년 3월 28일 17시 42분



월 1회 ‘주 5일 수업’이 처음 실시된 26일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는 토요휴업에 들어갔다.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는 데다 학생들에게도 ‘학교 밖 체험’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토요일에 뭐할까…가정 체험학습 vs 학교 토요 프로그램

학교에 따라 월 1, 2회 실시되는 토요 휴업일에 학생들은 △가정에서 체험학습을 하거나 △학교가 마련한 ‘토요 프로그램’에 참석해야 한다.

가정에서 체험학습을 하더라도 그냥 ‘노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학교가 체험학습의 주제를 미리 내주고 ‘토요 활동 보고서’를 월요일에 내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주5일 수업 시범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여경미(34·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학교에서 공공기관 이용하기, 음식 만들기 등과 같은 과제를 내줬다”며 “아이가 자필로 보고서를 써야 하지만 저학년은 학부모가 거의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토요 프로그램은 대개 세 가지. 예체능 어학 등 특기적성 교육이나 문화교실로 수업을 들으려면 월 1만∼2만 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학교들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학부모를 ‘명예교사’로 초빙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있다. 청소년문화원, 문화회관 등에서 수영 도예 등을 배운다. 토요일에 교사와 산행을 하거나 공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또 학교별로 도서관 시청각실 등을 개방해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맞벌이 자녀는 고민…학교별 토요 프로그램 천차만별

학교 프로그램이 토요일에 근무하는 맞벌이 부모 자녀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 73만여 명의 13%인 10만여 명이 부모 없이 토요일을 혼자 보내는 학생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의 46.5%가 맞벌이로 조사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별로 프로그램의 차이가 크다.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 권무 교감은 “우리는 교대 대학생, 선생님, 학부모들의 협조가 잘 돼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협조가 잘 안 되는 학교들은 토요휴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M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 특기적성 교육에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가 사교육과 비교해 실망하기도 한다”며 “학교의 음악실은 1개밖에 없어 일반 교실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 4학년 최은호(11) 양은 “학교가 마련한 전자박사교실에 3년째 참가하고 있다”며 “과학 활동을 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석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시범학교에 따르면 학기 말이 되면 ‘토요 프로그램’ 결석자가 30%나 된다는 것.

초등 2학년 딸을 둔 최정은(31·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학교에서 하는 토요 프로그램을 권했더니 ‘토요일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라고 말했다”며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에 가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 부근 PC방 등을 돌아다닐까봐 교사들이 교외 생활지도에 나섰다”며 “교사들은 단속권이 없어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여건 갖춰야 성공…고학년들 체험학습이냐 공부냐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모들은 주5일 수업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안경희(38·서울 도봉구 창동) 씨는 2, 5학년 아이들의 학교가 2년 전부터 토요 휴업을 실시해 박물관 답사를 다니고 있다. 안 씨는 “아들이 역사를 좋아해서 서울은 물론 지방 박물관도 대부분 갔다”며 “남편이 토요일에 쉬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다니려니 교통비, 입장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고학년 학부모들은 체험학습보다 공부 걱정을 더 많이 한다.

6학년 자녀를 둔 박미영(41·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토요일에 학원 보충학습이 많은데 외출하면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5일 수업이 성공하려면 부모도 토요 휴무를 해야 하고 사회체육시설 등 사회적 여건도 성숙해야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인근 아이스링크를 토요일 오전에 활용하려 했지만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이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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