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저희는 고등학교 때 미분은 안 배웠는데요.”
교수님은 순간 당황해 할 말을 잃었다. 분필을 쥔 손으로 이마를 북북 긁었고, 칠판 모서리에 서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교수님이 교탁 위에 놓인 커피를 몇 모금 마시고 나서야 강의는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휴식 뒤에는 수업 수준이 대학 경제학에서 고교 수학으로 후퇴해 있었다. 미분은 경제학원론을 이해하는 데 필수 개념이어서 이를 모르는 신입생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본 원리부터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는 7차 교육과정을 밟고 들어온 첫 대학생들이다. 과거 인문계열에서 필수적으로 배웠던 수학 미적분은 자연계열의 선택과목으로 밀려나 고교 때 한번도 접한 적이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쉬운 내용의 강의라도 미분을 미리 배운 선배들과 처음 보는 신입생들의 이해력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수님으로서는 당황스럽고, 선배들에게는 지루하고, 새내기들에게는 헤매는 수업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학성취도를 자랑해 왔다. 교육이 곧 미래라는 생각으로 선진국은 교육수준을 높이고 있다는데 우리는 ‘교육개혁’을 한다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수준을 낮추고 있다. ‘무지한’ 후배들 덕분에 학점 따기는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대학 강의의 수준이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진욱 서강대 사학과 2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