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서는 이달 중순 사회과학 동아리인 ‘사람 사는 세상’이 없어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취업난과 함께 회원이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문을 닫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술 동아리의 퇴조는 다른 대학도 사정이 비슷하다.
연세대 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학술 분야 동아리는 대부분 회원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활동이 거의 없어 사실상 이름만 걸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양대의 전통문화 동아리인 ‘탈’은 1980, 90년대 이 대학의 대표적인 동아리로 명성을 날렸지만 현재는 회원 4, 5명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학술, 풍물, 노래패 등 전통적인 동아리가 침체하는 반면 취업에 유리한 마케팅이나 창업, 어학 등 실용성 있는 동아리에는 신입회원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자체 면접까지 보는 곳도 많다.
대학생 조모(21·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영어 동아리처럼 확실한 목적이 있는 곳이 아니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많다”며 “선배들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가입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윤여덕(尹汝德·사회학) 교수는 “과거 세대가 이념·고전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요즘 대학생들은 ‘나에게 얼마나 혜택이 있느냐’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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