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유비쿼터스의 핵심 ‘無線랜’

  • 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26분


정보보안업체 엑서스테크놀러지의 김기태(金起兌) 부사장은 제품을 설명하면서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노트북컴퓨터로 다른 빌딩의 네트워크에 무선으로 접속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 사무실에서 약 1km 떨어진 역삼역 부근 빌딩의 사내망 초기 인증 화면에 접속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두루누리(유비쿼터스) 환경.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인 선(線)이 없어지면서 인터넷 사용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보안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과 가정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무선랜 서비스의 보안이 극히 취약해 쉽사리 해킹 등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선 인터넷 환경에서는 물리적으로 지정된 장소에 있어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지만 무선랜은 건물 바깥에서도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치한 무선랜 접속장치(AP)에 다른 사람이 접속해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사설 무선랜을 사용하면 인터넷 범죄 수사의 기본인 인터넷 주소(IP) 추적조차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누가 접속했는지 기록이 남지 않아 인터넷을 이용한 협박이나 해킹 같은 범죄가 발생해도 수사가 어렵다는 것.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선 최근 범죄자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선랜으로 다른 사람의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무선랜 사용자는 2002년 KT가 처음 ‘네스팟’ 서비스를 시작한 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KT와 하나로텔레콤 SK텔레콤 등 정식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작년 말 46만 명에 이어 최근에는 50만 명에 이른다. 또 요금을 내지 않고 개인이 사설 공유기를 구입해 설치한 사람도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사용자가 보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T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나마 최소한의 보안 기능을 갖고 있지만 사설 무선랜 장치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에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휴대 인터넷(와이브로)이나 홈네트워크 시스템도 무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무선랜(Wi-Fi):

선을 컴퓨터에 연결해야 하는 기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 전파 도달 범위 안에서 인터넷이 가능하고 유선 초고속 인터넷과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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