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녹색별’]생태계 60%파괴…20억인구 생존위협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케이프 헤터라스 지역 한 해변의 1999년(위)과 2004년의 모습. 2003년 허리케인이 이 지역을 강타한 이후 해안선이 바뀌었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강풍과 해수면 상승으로 머지 않아 세계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케이프 헤터라스 지역 한 해변의 1999년(위)과 2004년의 모습. 2003년 허리케인이 이 지역을 강타한 이후 해안선이 바뀌었다.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강풍과 해수면 상승으로 머지 않아 세계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60억 인류의 생활 터전인 지구가 중병에 걸렸다. 급격한 인구 증가, 산업화에 따른 자연 개발과 자원 낭비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달 30일 유엔이 발간한 ‘밀레니엄 지구생태계 평가보고서’는 오늘날 신음하는 지구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00년 발족된 ‘밀레니엄 지구생태계 평가위원회’는 4년간 95개국 1360명 전문가들의 작업을 거쳐 25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펴냈다. 구체적인 내용과 영향, 대책을 살펴본다.》

중국의 황허(黃河)와 아프리카의 나일 강, 미국 콜로라도 강은 종종 바다와 합류하지 못한다. 관개용수와 공업용수 등으로 물을 마구 끌어 쓰다 보니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도 전에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캐나다 연안에서는 남획의 결과로 토착 어종인 대구의 씨가 말랐다. 13년 전 이 해역에서 어업을 금지시켰으나 대구가 다시 돌아올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어업에 종사하던 수만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밀레니엄 지구 생태계 평가보고서’가 전하는 파괴의 현장이다. 보고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의 3분의 2가 위험에 빠졌다고 밝혔다. 자연 파괴는 인류의 후손이 사용할 자산을 사전에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자연수 급감, 인공호 증가=물 부족으로 전 세계 20억 명가량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1945년 이후 곡물 재배용 경지로 바뀐 토지 면적은 18, 19세기 200년간 개간된 면적보다 넓다. 경작지에 댈 관개용수를 비롯해 공업용수, 가정용수로 물을 끌어 쓴 결과 최근 40년간 강과 호수의 담수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또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댐이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1960∼2000년 저수용량은 4배 늘었다. 물 사용량은 급증하고 수력 발전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강 하구의 지형과 서식 생물 등 생태계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어족자원 피해=1980년까지 어획량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그 시점 이후 어획량은 감소하고 있다. 어업 기술의 획기적인 발달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류의 씨가 말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총어종의 25%에서는 남획 양상이 뚜렷해 보인다. 참치와 황새치 등 어족의 90%가 현대식 어업이 도입된 뒤 자취를 감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저개발국 빈민들의 영양 공급원인 민물고기도 남획과 서식환경 변화, 민물 감소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서식지 파괴=최근의 환경 훼손은 ‘지구화’라는 특징을 띤다. 장거리 항해가 늘어나면서 한곳의 고유 생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북유럽의 발트 해에서 서식하는 어류 중 100종은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것이다. 이 중 30%는 북미 5대호의 토착어종이다. 역으로 5대호에 사는 170개 외래종의 30%는 발트 해 고유 어종이다.

인위적인 외래종 유입은 먹이사슬의 구조를 뒤흔들어 토착종을 고사시킨다. 미국의 해파리가 흑해로 들어가면서 상업적 가치가 높은 토착어종 26종이 사라졌다.

질소와 인산 성분 비료의 과다사용은 토양과 호수, 바다의 부영양화 주범이다. 1860년 이후 바다로 흘러 들어간 질소의 양은 2배로 늘어났다. 바다에 녹아든 질소는 조류(藻類)의 이상번식을 낳아 산소를 고갈시키고 수생 생물을 떼죽음으로 내몬다.

화석연료의 지나친 사용으로 인한 온난화의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이로 인한 각종 생물의 멸종 속도도 과거에 비해 1000배나 가속화됐다. 조류(鳥類)의 12%, 포유류의 25%, 양서류의 32%가 100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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