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몰던 승합차로 길 가던 노인을 치고 뺑소니쳤다가 4일 경찰에 자수한 최모(57·경북 고령군) 씨는 이날 고령경찰서 유치장에서 땅을 치며 후회했다.
최 씨는 3일 저녁 고령읍에서 친구 3명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오후 7시 40분경 고령읍∼덕곡면의 컴컴한 도로를 달리던 최 씨는 길 가던 노인을 미처 보지 못하고 친 뒤 그대로 달아났다. 도로에 쓰러져 있던 노인(84)은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최 씨는 경찰이 사고현장의 전조등 조각 등을 단서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4일 오전 1시 20분 경찰에 자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친 노인이 자신의 아버지인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그는 “피해자 가족을 찾아 사과하고 위로하는 게 좋겠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자신의 아내를 병원 영안실로 보냈다.
병원을 찾은 최 씨의 아내는 망연자실했다. 숨진 노인은 다름 아닌 바로 시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최 씨의 아버지는 이날 고령읍의 경로당에 갔다가 버스를 놓쳐 집으로 걸어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
최 씨를 면회하러 유치장을 찾은 마을 주민들은 “참 딱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 씨는 “소주 몇 잔이 이렇게 큰 불행을 낳을 줄 몰랐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사고 당시 최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2%였다.
고령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계 관계자는 “최 씨가 뺑소니만 치지 않았다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음주운전이 기구한 운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5일 최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고령=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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