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재영]서울대 학보도 비판한 본관 점거 농성

  • 입력 2005년 4월 4일 18시 41분


서울대 본관 3층은 지난달 31일 사회대 학생회 학생들에 의해 점거됐다.

학생들은 이날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비상총회에서 등록금 인상분 전액 반환, 학부대학 전면 재논의, 상대평가제 폐지, 학점 취소제 도입, 대학운영위원회 설치 등 5개 요구안이 채택되자 이의 수용을 주장하며 3층의 철제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진입을 막던 청원경찰 정모(52) 씨를 폭행해 앞니를 부러뜨리는 등 부상을 입혔다.

본관 건물 곳곳에 붙은 대자보와 본관 앞 잔디광장에 박은 말뚝 피켓에는 ‘군 복무기간 단축’ ‘물가 안정’ 등 학생들이 학교에 요구할 사안이라고 보기 힘든 주장이나 인신공격성 표현도 많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 ‘대학신문’은 4일자에 ‘비상총회의 비민주적 행태를 개탄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대학신문 관계자는 “비상총회 표결 당시 의사정족수(재적 인원의 10분의 1)를 못 채웠는데도 총학생회 측이 이를 채택하는 등 민주주의 원칙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이처럼 학생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요구안의 내용이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신문은 또 학생들이 ‘넌 경제학을 그 따위로 배웠느냐’고 정운찬(鄭雲燦) 총장을 비하한 대자보의 글귀를 빗대 ‘넌 운동을 그 따위로 배웠느냐’는 패러디 만평을 싣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요구 내용은 이미 합의했거나(등록금), 협의 중(상대평가제, 학점 취소제, 대학운영위원회)인 사안이며 ‘학부대학 확대’ 문제는 아직 학교에서도 의견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본관을 점거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처음엔 농성에 참여했던 법대 등 일부 대학 학생회는 점거의 명분이 약하다고 보고 곧 철수했다. 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점거 농성에는 반대했다.

지성의 전당이랄 수 있는 대학에서 폭력과 비민주성, 일방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민주주의적 사고에 바탕을 둔 진솔한 대화와 토론, 설득이 대학이나 학생회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김재영 사회부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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