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률이 80%에 이르는 시대에 단지 진학률 100%에만 주목한다면 ‘무학고 기적’의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다. 권오선 교장은 “대학진학률이 뭐 그리 중요한가” 라고 반문했다. “학생들이 공부에 의미와 재미를 느끼고, 그 결과로 원하는 대학에 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뒷말은 당연하지만 감동적이다.
이 학교 학생들이 신나게 공부하게 된 비결은 무엇보다 교사의 열정에 있었다. 교육계가 무겁게, 또는 부끄럽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무학고 교사들은 “제대로 교육받아야만 자신의 뜻을 펼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그리고 봉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면서 수준별 이동수업, 선택형 보충수업 등 ‘맞춤교육’에 헌신했다.
무학고 교육이 희망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당국자들이 대입제도를 수 십년 주물러도 해결 못한 ‘부실 공교육’의 문제를 시골학교가 풀어낸 것이다. ‘더 가르치려고 안달하는’ 교사들이 학생과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지금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어떤 평가도 받지 않는 학교교사들의 교과지도는 사교육에 뒤진 지 오래고 운동장 구석은 폭력의 온상으로, 학교식당은 식중독을 걱정해야 하는 비위생적 급식소로 전락할 지경이다.
그래도 공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투자매력 중 첫째가 인적 자원이다. 인재 육성은 학교만이 할 수 있다. 이제야말로 교사들이 변할 차례다. 교권수호라는 명분 아래 밥그릇 보전에만 매달리는 교사들만으로는 안 된다. 교육계 원로들이 스스로 종아리를 치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교사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하면 공교육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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