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는 자신의 삶에 2명의 은인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와 성철 스님이다. 7세 되던 해 뇌성마비가 악화돼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딸에게 어머니는 “그래도 죽기 전에 참회라는 것을 해보자”며 성철 스님에게 데리고 갔다.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 꼬마에게 스님은 “살고 싶으면 하루에 천 배씩 꼭 하라”고만 말했다. 그날 이래 그는 23년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천 배를 수행하고 있다. 그 끈질긴 절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신기하게도 절을 하고부터 몸이 조금씩 좋아졌어요. 딱딱하게 굳어있던 팔다리도 풀리고….”
몸만 나아진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머리도 좋아졌다고 한다.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고졸 검정시험에 합격했고 지난해에는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2번의 특선과 6번의 입선을 했고, 2000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다녀왔다.
그는 “절은 온몸을 낮출 뿐 아니라 마음도 낮추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1996년과 1997년에는 목숨을 건 ‘만 배 백일기도’에 성공하기도 했다.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할 정도의 극한 체험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부처’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체험했던 절 수련 이야기를 묶어 ‘오체투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작가의 집’을 열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외국인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 씨는 이번 작품전 이름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로 지었다. 13∼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갤러리에서 열린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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