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유학반 해외명문大 전원합격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

  • 입력 2005년 4월 8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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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얼마 전 한 명문대 총장을 만났는데 유학반이 계속 발전해야 국내 대학들이 자극을 받아 좋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생들이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든, 해외에서 공부하든 장차 한국에 보탬이 될 인재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얼마 전 한 명문대 총장을 만났는데 유학반이 계속 발전해야 국내 대학들이 자극을 받아 좋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생들이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든, 해외에서 공부하든 장차 한국에 보탬이 될 인재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언제부터인가 우리 고교생들이 국내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 명문대로 직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에 따라 해마다 이맘때면 관련 소식이 화제가 돼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해외 명문대로 직행한 학생이 올해에만 전국에서 500명에 이르며, 머지않아 1000명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1998년 가장 먼저 해외유학반을 만든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는 올해 유학반 49명 전원이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 미국 명문대에 합격했다. 이 중 19명이 이른바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8개 사립대)에 합격했다. 2000년 9명을 시작으로 6년째 유학반의 해외 명문대 전원 합격이라는 성과를 올린 것.

이 학교 최원호(崔源虎·55) 교장은 1998년 당시 교감으로 유학반 신설에 앞장선 주역. 7일 오전 교장실에서 만난 그는 “내가 워낙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며 좀처럼 카메라 앞에서 웃지 않았지만, 무더기 합격 얘기를 꺼내자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당시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국내 명문대를 독점하다시피 하니까 교육당국에서 내신 불이익을 주며 제동을 걸었죠. 똑똑하고 잠재력 있는 아이들의 앞길을 터줘야겠다는 욕심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처음에는 유학반에 들어오려는 수요가 충분할지부터 걱정이었습니다.”

최 교장은 ‘유학반 순항’ 비결의 하나로 외국 대학과의 신뢰관계를 꼽는다. 외국 대학 중 일부는 한국 학생과 학교를 불신하곤 했는데 학교성적과 영어작문 등 서류만을 보고 학생을 뽑은 탓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

그가 감춰뒀던 일화 한 가지. 손꼽히는 미국 명문대 수시전형에 대원외고 학생이 합격했는데 이후 치른 기말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해당 대학에 그 성적을 통보하면서 ‘이 학생은 귀 대학에 가기에는 성적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그 학생은 불합격 처리돼 다른 대학에 입학해야 했다.

“자기 학교 학생이 경쟁에서 유리해지도록 내신을 부풀리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학생만 보면 그냥 눈감아 주면 좋겠죠. 하지만 더 장기적이고 공고한 신뢰관계를 위해서는 솔직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미국 명문대 합격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미국 명문대들이 시험성적만을 보고 학생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시야를 ‘우물’ 바깥쪽으로 확장시킨 학생들은 토플과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 외에도 다양한 경험 쌓기에 힘쓴다고 최 교장은 강조한다.

“각종 국제행사에 통역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영어소설을 점자책으로 제작해 해외에 보내고, 자선음악회를 통해 마련한 기금을 보육원 등에 기탁하는 등 학생들이 벌이는 사회봉사 활동이 범상치 않습니다. 요즘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영어로 독도가 한국 땅임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로 활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지요.”

인성은 최 교장이 중시하는 가치다.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인성에 문제가 있으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면 처음에는 경고를 하고 그 다음부터는 선도카드에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을 활용한다. 기록은 노력을 통해 지워질 수 있다. 다만 위반 1회당 명심보감 구절을 8번 쓰고 암송한 뒤 사회복지기관에서 3시간씩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그냥 읽어도 좋은 말씀이 가득한 명심보감을 달달 외우니 벌 치고는 상당히 교육적인 벌인 셈이다.

그러나 해외 명문대를 겨냥한 유학반 운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 ‘돈 많은 집안 학생들이 다니는 귀족학교’라는 식의 시각이 없지 않다.

최근에는 내신 비중을 강화한 새 대입안의 영향으로 외고 경쟁률이 다소 떨어지는 등 또 한 차례의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아직 새 대입안이 본격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두고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마땅히 들어갈 만한 국내 대학이 없어 해외로 문을 두드리는 ‘묻지마’식 조기유학과는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래 유전공학자가 되고 싶은데 서울대 가는 것보다 해외 명문대로 진학하는 게 전망이 더 밝다고 말하는 학생이 틀린 것일까요. 해외 명문대 직행에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습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최원호 교장은…▼

△1950년=서울 출생

△1978년=동국대 사회교육과 졸업

△1978∼1984년=대원고 교사, 교무부장

△1984년=동국대 대학원 지리학과 졸업

△1984∼1988년=대원외고 국제부장

△1988∼2002년=대원고 대원여고 대원외고 교감

△2002∼2005년=대원여고 교장

△2005년 3월∼현재=대원외고 교장, 전국리더십교육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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