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어떻게 결정되나=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의 경영성과, 즉 실적이다. 실적이 나빠지거나 회사 전망이 좋지 않으면 그 회사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져 주가가 떨어진다.
경기도 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경기가 좋아져 사람들이 보너스를 많이 받게 되면 평소에 사지 못한 목걸이도 사고, 회사로선 물건이 잘 팔려 매출이 늘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면서 주가도 올라가게 된다.
환율, 금리, 유가도 주가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기름값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회사가 물건을 만드는 비용이 더 들게 되고 이익이 줄어들어 주가는 떨어지게 된다.
▽주식투자는 왜 중요한가=3월 한덕수(韓悳洙) 신임 경제부총리는 부임하자마자 증권거래소를 방문했다. 국립묘지보다 주식과 채권이 거래되는 증권거래소를 먼저 방문한 것은 경제 수장(首長)이 현장을 챙겨야 할 만큼 자본시장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앞으로 대학도 다녀야 하고 졸업해서 직장을 가지고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한편으론 노후를 준비해 가면서 살아야 한다.
이런 일들이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무관심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할 만큼 충분히 돈을 버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 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계획하면서 준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과거에는 30, 40년 일해서 10년 정도 노후생활을 보내면 됐지만 지금은 20여 년 벌어서 30년 이상의 노후생활을 보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금은 은행 금리가 3∼4% 수준인 초저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1998년 말 1000만 원을 갖고 삼성전자 주식과 은행 예금에 투자했다고 해 보자.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6년 뒤인 2004년 말 5620만 원으로 약 5.6배가 됐다. 하지만 은행 예금은 1360만 원으로 1.4배에 그쳤다.
▽정석 주식투자 지침은 장기·가치투자=무엇보다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우량주를 잘 골라서 사야 하고 일단 사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 그래프를 보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내리지만 5년 이상 보유했다면 투자수익은 원금의 3∼16배까지 낸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재산이 48조 원이나 된다. 그가 부자인 이유는 세계적으로 우량한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 격언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바구니가 떨어지면 계란이 모두 깨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명한 투자자도 예측이 빗나갈 수 있으므로 한 종목에 전부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또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우량주식은 장기적으로 상승하지만 투자시점에 따라선 주식을 싸게 살 수도, 비싸게 살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하면 어떤 때는 주식을 비싸게 사기도 하지만 싸게 살 때도 있어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가격에 살 수 있다.
가치투자를 해야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세밀한 분석 없이 막연한 기대나 소문에 현혹돼 단기간에 ‘대박’을 기대하면서 투자가 아닌 투기로 매매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입곤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빌린 돈의 이자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빌린 돈까지 다 날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주식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청소년들이 돈에 대한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평생 후회하는 일을 막으려면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분들이 비가 오는 토요일 오후에 놀지 않고 이곳에 와서 경제공부를 하는 데서 한국의 희망을 느낀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Q: 주가가 1000을 쉽게 못넘는 이유는…A:경제 어려운데다 유가등 악재 겹쳐▼
배호원 사장의 강의를 진지한 자세로 경청한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강의가 끝나자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몇몇 청소년은 질의응답 시간이 지난 뒤에도 배 사장 주위에 모여 20여 분 동안 추가로 질문을 하는 등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서울 잠실고 2학년 김태진 군은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혁신산업에 투자해야 된다고 하셨는데 혁신산업 기업이 많은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배 사장은 “코스닥에는 많은 혁신산업 기업이 등록돼 있고 정부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진입이 쉬워 등록기업 수가 많고 이 가운데 사업에 실패하는 회사도 적지 않아 투자를 할 때에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부모 홍미경(여·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배 사장은 “남북 분단과 북한의 핵문제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이유로 꼽히지만 최근 북한의 핵 문제가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우량기업들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들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고양시 정발중 1학년 이재현 군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쉽게 넘지 못하는 이유가 정치 불안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1,000을 넘는 데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 사장은 “증시는 정치 문제보다 기업의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쉽게 넘지 못하는 것은 최근 2년 동안 경제가 어려웠기 때문이며 유가급등,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4월 16일(토) 오후 3시에는 권순활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이 ‘신문 경제기사를 잘 읽는 법’을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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