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제도권 교육 내에서 금기시됐던 사상들에 대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토론했고 나는 이 지적 자유로움 속에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을 꿈꾸기도 했다. 공산주의 혁명가 김산을 존경한다는 친구에서부터 마르크스의 예언대로 실현되었다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친구까지. 내가 사랑했던 것은 금지된 사상들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말하고 꿈꿀 자유가 있는 대학 사회와 이 분위기를 공유해 준 친구와 선배들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자유롭고 열려 있는 대학 사회의 공론장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화두가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보수’였다. 학교 정문에 들어설 때 진보 성향의 신문은 펴들고 오고 보수적 논조를 띠는 신문은 뒤에 숨긴 채 들어온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학생들 사이에 회자됐다. 또한 우편향적인 주장을 펴는 것은 곧 생각이 부족한 것과 동일시되곤 했다.
진보를 옹호하는 주장이 가치가 있다면 보수에 대한 선호도 존중돼야 하지 않을까. 물론 보수가 대학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게 된 데에는 그동안 보수주의를 옹호해 온 근거들이 다소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었으며 제도권 교육 내에서 일방적으로 너무 한쪽 이념만 주입한 이유 등이 있다. 그러나 현실사회의 기득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학생들이기에 그 어떤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라도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이것이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보수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대학생들의 지적 공론장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져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들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이지연 서울대 정치학과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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