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함에 따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보험료를 내고 있는 20세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 502명을 대상으로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11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세금을 재원으로 모든 노인에게 최저생계비 수준의 연금을 주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하고 소득이 있는 사람은 추가로 연금에 가입하는 방안’에 대해 60.4%가 찬성했다. 기초연금제는 현재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참여연대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2030년까지 보험료를 15.9%로 올리고 2008년까지 노후에 지급받는 연금을 평균소득의 50%로 줄이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16.8%가 찬성하고 73.5%가 반대했다.
기초연금제에 대한 찬성률이 높은 것은 부분 적립식인 현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 고갈의 위기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인 60.5%가 ‘정부가 연금 기금 운용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국민연금 가입자를 지역, 성, 연령, 종별(직장 및 지역) 비율에 따라 할당하고 전화로 면접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동아닷컴(donga.com) 여론조사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기초연금제:
모든 국민에게 노후에 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적 연금. 방식은 여러 가지이나 이전의 소득 수준, 직업에 관계 없이 같은 금액의 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 개혁안과 문제점▼
◎정부-여당 "現 제도 보완해 재정안정"
‘더 내고 덜 받기’를 골자로 한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3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 개정안이 ‘미봉책’이라며 기초연금제 도입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본보의 설문조사에서도 60.4%가 기초연금제 도입을 지지했다.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개혁안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선 재정안정화, 후 사각지대 해소?=현행 월 평균소득의 9%인 연금 보험료를 2010∼2030년 15.9%로 올리고 평균소득의 60%를 받는 노후 연금을 2008년까지 50%로 줄이자는 정부 개정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를 손질하자는 것. 이렇게 하면 기금고갈 시점을 현 2047년에서 2070년 이후로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을 1.4명으로 잡고 계산한 것이어서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를 반영하면 2070년까지 연장은 무리다. 게다가 보험료는 놔두고 노후 연금만 50%로 줄이자는 열린우리당의 방안은 고갈 시점을 5년 연장하는 효과밖에 없다.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그래서다.
문제는 또 있다. 평균소득의 60%인 연금을 다 받으려면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재정추계에서도 2070년의 평균가입기간은 21.7년에 불과하다. 김연명(金淵明)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입기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받는 돈은 평균소득의 33% 선에 불과한데 여기서 연금액을 더 줄이면 연금은 그야말로 푼돈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납부예외자, 체납자로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혜택에서 소외될 위험이 높은 ‘사각지대’는 600여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재정안정화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사각지대는 그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순천향대 김용하(金龍夏·경제금융학) 교수는 “사각지대는 현 제도의 계층 간 소득재분배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野-시민단체 "기초연금제 찬성"
▽기초연금제가 대안인가=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등 야당과 시민단체가 도입을 주장하는 기초연금제는 세금을 걷어 정액의 노후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 예컨대 노인인구가 400만 명이고 필요한 연금 총액이 연간 10조 원이라면 그 돈을 그해 경제활동 인구에게서 세금으로 징수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지역가입자에게는 기초연금만 적용하고 소득비례연금은 임의 가입하도록 연금을 이원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제도는 기금 운용의 부담이 적고 사각지대가 없는 장점이 있으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비판이 모아진다.
노인철(魯仁喆) 국민연금연구센터 원장은 “올해 노인 436만 명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9조 원가량이 필요한데 그 돈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이 같은 방식은 고령화사회에 맞지 않아 ‘복지 천국’ 스웨덴에서조차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하 교수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하면 2030년경 170조 원의 재정부담이 있지만 그때 국내총생산(GDP)은 4283조 원가량이 될 것”이라면서 “GDP의 4%로 인구의 24%에 달하는 노인을 부양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유럽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연금지출액이 GDP 대비 10% 안팎에 이르고 있다.
◎다른 해법은 없나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에서는 △현 제도 보완 △기초연금제 도입 △민영연금 방식을 접목한 스웨덴식 개혁방안 등 3개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철 원장은 “노후 보장을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리이며 공적연금과 기업연금 개인연금이 함께 운영되는 다층 체계 안에서 연금 개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밤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기초연금제를 포함한 개혁방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토론된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 임시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개혁방안을 공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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