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민선 3기 이후 외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 터를 맞바꾸는 것 외에도 헬기를 동원해 유치협상을 벌이거나(독일 지멘스 메디컬), 진입도로 뚫어 주기(미국 델파이), 규제법령 고치기(LG필립스) 등등….
이런 노력 덕분에 모두 68개 기업, 126억 달러(고용효과 5만8000명)를 유치할 수 있었다.
LG필립스를 비롯해 인텔, 3M, 델파이, 지멘스 메디컬, 파스퇴르 등은 LCD,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인구에서 서울을 제치고 전국 제1의 광역자치단체로 부상한 경기도가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핵심은 첨단산업 클러스터(집적 단지) 조성과 글로벌 인재육성으로 요약된다.
▽윤곽 드러나는 첨단산업 클러스터=50만 평 규모의 파주 LCD 산업단지는 대표적인 LCD 클러스터의 핵이다. LG필립스가 차세대 LCD를 생산할 본공장은 현재 8층 높이의 공사를 대부분 마쳤다.
내년 상반기에는 7세대 초박막트랜지스터(TFT)-LCD를 쏟아낼 예정. 고용규모만 2만5000명에 이른다. 2012년까지 총투자액은 25조 원에 이를 예정이다.
이에 따라 30여 개의 일본 미국 LCD 관련기업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오고 있다. 3년 전 텅텅 비어있던 평택과 화성지역 외국인 산업단지는 포화상태다. 이미 한국이 대만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1의 LCD 생산기지로 도약했다. 성남시 판교와 분당을 중심으로 수원, 용인시 지역은 첨단 연구개발(R&D)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외 각종 연구소 2500여 개소가 위치한 데다 세계적인 연구소도 몰려들고 있다.
또 엑세스텔은 역시 분당에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관련 연구시설을,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바이오 연구소를 판교에 착공할 계획이다.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30여만 평에는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과 나노특화팹센터, 경기바이오센터 등 IT, BT, NT 등을 연구하는 집적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한규(李翰圭) 도 투자진흥과장은 “68개 기업 중 공장을 짓고 가동 중인 기업이 11곳, 착공 12곳, 임대계약 7곳으로 전체의 44%가량이 이미 들어왔다”며 “올해는 30여 개 기업, 20억 달러를 추가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청에는 지난해 1월 LG필립스 공장을 전담할 ‘파주 LCD TF팀’(3명)을 별도로 뒀다. 역시 외국인투자를 전담하는 투자진흥과는 직원 1명이 평균 3, 4개 기업을 유치부터 공장 준공까지 2, 3년간 전담하는 프로젝트별 매니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재율(李在律) 도 투자진흥관은 “첨단기업 유치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이전과 수입대체 효과는 상상하기 힘들다”며 “우리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마을로 대표되는 글로벌 인재육성=경기도가 지난해 8월 처음 문을 연 안산영어마을은 국내 영어교육시장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뒤를 이어 서울과 전국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영어마을을 도입했다.
2006년 파주영어마을(8만여 평)과 2008년 양평영어마을(5만여 평)이 잇따라 문을 연다.
경기도영어문화원은 “지금까지 8700여 명이 다녀갔고 이들을 상대로 한 만족도 조사는 90%를 상회한다”며 “워싱턴포스트, BBC, 뉴스위크, NHK 등 세계 유수언론들이 안산영어마을을 앞 다퉈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특목고(외국어고) 3개 교와 외국인학교 2개 교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 무너지는 공교육을 되살리는 일에도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과 외국어 및 과학교육 활성화 사업, 소외계층 교육복지 확충 등 3개 사업에 2003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3100억 원을 투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손학규 경기도 지사 인터뷰▼
손학규(孫鶴圭·사진) 경기도지사는 15일 도지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손 지사는 “100억 달러 규모의 LG필립스 공장을 파주시로 유치하는 데 대기업의 수도권 입지를 규제한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때문에 자칫 대만한테 빼앗길 뻔했다”며 “기업들의 유치를 막는 이런 규제는 당장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2020년을 목표로 한 ‘수도권 계획관리 기본계획’을 최근 수립했다. 핵심내용 중 하나가 권역별 산업클러스터 조성이다.
그는 “클러스터 중에서도 정보기술(IT)-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 첨단 연구개발(R&D) 클러스터 등은 미래 경제를 이끌고 갈 핵심 산업”이라며 “이들 첨단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걸기(올인)를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취임 이후 2년 9개월간 10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비행기로 이동한 거리만 16만 km로 지구(적도 길이 4만 km)를 4바퀴 돈 셈이다.
그는 또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입로 뚫어주기, 각종 지방세 감면, 공장 설립 원 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기업체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도 이전을 반대해 오다 행정도시 이전 찬성으로 돌아선 뒤 정치권과 지역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손 지사는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 국방부, 외교통상부, 주한외교 사절들이 서울에 있는데 정부 부처 몇 개 옮긴다고 달라질건 없다”며 “수도권 경쟁력 강화와 지역의 상생발전, 이 두 가지가 국가적 대의라는 소신을 갖고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약력:
△1947년 경기 시흥 출생
△경기고,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영국 옥스퍼드대(정치학 박사)
△인하대, 서강대 교수(1988∼1993년)
△제14,15대 국회의원(경기 광명을·1993∼1998년)
△보건복지부 장관(1996∼1997년)
△제16대 국회의원(경기 광명·2000∼2002년)
△경기도지사 (2002년 7월∼현재)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다음은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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