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李秀浩·56)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김대환(金大煥·56) 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18일 경기 과천시 그레이스호텔에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법안 관련 의견표명에 대해 한국노총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김 장관의 언행과 정책이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등 정도를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다"며 "이제는 반노동자적 언사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과 김 장관은 대구 계성고 시절부터 우정을 나눠온 40년 지기.
재야 노동운동가와 진보적인 노동경제학자로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나란히 최대 노동운동단체인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부의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부 장관에 오르며 난마처럼 얽힌 각종 노동 현안 해결에 물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실제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는 최초로 지난해 6월 노동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등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이후 비정규직법안 입법이 본격화되며 견해차를 보인 뒤 각종 현안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각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최근 김 장관이 인권위 의견에 대해 "비전문가들의 균형 잃은 정치적, 월권행위",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 등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비난하자 이 위원장의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작심한 듯이 "대통령 직속기관의 결정에 대해 장관이 그렇게 함부로 애기하는 것도 월권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혼자서 삭이면 될 것 아니냐. 더 이상 사회 통합을 저해하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위원장과 이용득(李龍得)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 입법, 사법 등 국가기관들은 비정규직법안 관련 인권위의 의견을 존중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며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어떠한지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며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와는 별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는 한편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19일부터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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