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택폭 넓혀 평준화 보완… 서울 공동학군제 확대 배경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25분


서울시교육청이 19일 발표한 도심 공동학군 내의 선 복수지원, 후 추첨 배정 고교 확대 방안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 고교평준화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1974년 고교평준화제도 도입 이후 서울은 거주지 기준의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집 근처의 고교를 두고 먼 학교에 배정되거나 대학 진학 실적이 부진한 고교에 배정돼 해마다 배정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학교 선택권 보장과 함께 도심 고교의 학생 부족 현상을 메우기 위한 측면도 있어 학부모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국제고, 과학고 설립추진과 함께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 전향적인 것도 평준화의 문제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선택권 확대=시교육청은 현재 시청 기준 반경 4km 이내의 29개 고교를 공동학군으로 지정해 학군에 상관없이 이 지역 3∼5개교에 먼저 지원한 뒤 컴퓨터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렇게 해도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시교육청은 우선 2006학년도에는 공동학군 범위를 반경 5km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대상 학교도 29개에서 36개로 늘어나고 이 지역 학생 수도 전체의 14%에서 19%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또 공동학군을 계속 확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만큼 강남 서초를 포함한 ‘제2의 공동학군’을 2, 3곳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강남의 우수 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전학 수요가 아직 있어 이를 통해 강남 집중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효성은 의문=지금도 도심 공동학군에는 지역학생으로 정원의 30%를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있고, 2006학년도에 추가될 7개 고교 역시 자기 학군의 학교를 포기하고 지원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의 공동학군은 학생 수가 부족해 거주자를 우선 배정한 뒤 다른 지역의 지원자에게 기회를 주고 있지만 강남 등 이른바 ‘명문 학군’은 사정이 다르다. 거주자를 우선 배정할 경우 빈자리가 없고, 타 지역 학생을 일부 우대할 경우 자칫 거주자가 다른 지역으로 배정받는 불이익이 생겨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11개 학군을 인근 학군끼리 묶어 4∼6개의 ‘광역학군’을 만들고 그 학군 내에서 지원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각계 반응=학교 선택권 확대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단체마다 입장이 다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환영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해서는 안 되고 소외학교나 기피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준화제도의 부분적 보완보다 궁극적으로 학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고진광(高鎭光) 회장은 “평준화제도와 학교 선택권 강화는 모순되는 만큼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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