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찰관 선생님 고민 있어요”

경북 의성군 의성읍에 위치한 의성중이 관내 경찰관들을 ‘명예담임교사’로 위촉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의 고민 등을 상담토록 하는데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의성중은 15일 의성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찰관 중 대졸 이상 학력자 12명을 1∼3학년(총 12개 반)의 명예담임교사로 각각 위촉한 뒤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들 경찰관은 위촉식이 끝난 후 해당 교실로 가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연락처와 e메일 등이 적힌 명함을 일일이 나눠줬다. 일부 경찰관은 즉석에서 학생들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3학년 1반 권택정(15) 군은 “명예담임을 맡은 경찰관이 ‘잘 지내보자. 고민이 있으면 전화나 e메일로 연락하라’며 친절하게 대해줘 동네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학교폭력 등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중은 이들 경찰관이 주 1회 해당 학급의 종례에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교사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 있으면 상담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경찰관을 명예담임교사로 위촉한 것은 중앙지구대장인 윤기웅(尹基雄·38) 경감이 지난달부터 이 학교를 3차례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학교 측은 1회성 교육만으로는 학교폭력을 막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구대와 협의해 명예담임교사제도를 도입했다.

명예담임을 맡은 경찰관은 학교 측이 요청하면 교사들의 청소년 선도활동이나 학생들의 교외활동 등에도 참여해 학생들을 이해하고 거리감을 좁히도록 노력하게 된다. 3학년 2반 명예담임인 박상동(朴相東·40) 경장은 “담임인 여선생의 요청으로 18일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학생의 집을 방문해 보호자와 대화를 했다”며 “되도록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며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올해 지역의 일부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진회 관련 카페에 들어가 폭력과 금품갈취 등의 수법을 배워 흉내를 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이를 막기 위해 경찰관을 명예담임으로 위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성중 김영구(金榮求·60) 교감은 “학부모와 학생 등의 반응이 의외로 좋은 편”이라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당 경찰관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단축키만 누르면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