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재학생들 중 뛰어난 인재를 미리 선발해 ‘맞춤형 교육’을 시키고 입사도 약속하는 ‘인재 입도선매’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북대 정보통신학과에 재학 중인 신모(25) 씨는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LG전자 소프트웨어 엑스퍼트(전문가)’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소프트웨어에 재능이 있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교육시킨 뒤 졸업 후 LG전자에 입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 2기는 대학 4학년생도 선발했지만 지난해 12월에 뽑은 3기는 3학년에 한해 지원자를 받았다. 60명 모집에 5000∼6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이들은 한 달 동안 합숙하면서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집중교육을 받고 학기 중에는 조를 짜서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관련 분야에 대한 능력과 잠재력을 보기 때문에 지방대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웨어 멤버십’(1991년 시작)과 ‘디자인 멤버십’(1993년 시작).
서류심사, 기술·인성 면접을 통해 엄격하게 선발한 멤버십 회원들의 주축은 대학 3학년생들. 이들은 사내외 교육에 참가하고 삼성에서 제공한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소프트웨어가 700여 명, 디자인은 50여 명. 소프트웨어 멤버십 수료자는 2003년부터 멤버십 수료 후 시험 없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다.
디자인 멤버십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모(24·여·이화여대 시각디자인과 3학년) 씨는 “시각디자인의 경우 실무능력이 상당히 중요한데 멤버십으로 활동하면서 이에 대한 감각을 미리 익힐 수 있어 좋다”며 “원할 경우 대부분 삼성에 입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학과 프로그램 계약을 해 관련 수업을 이수한 학생을 졸업 후 채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동자 부품업체 ㈜만도는 지난해부터 경북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5개 과목을 신설해 대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주문형 교육을 하고 있다. 장학생으로 뽑힌 20명의 학생은 2년간 신설된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 후에는 자동적으로 입사하게 된다.
고려대도 최근 삼성전자와 ‘엔터프라이즈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고 22명의 재학생을 선발했다. 이들은 대학 내에서 가상의 회사를 설립해 각종 경영기법을 익힌다. 삼성 측은 실적이 좋을 경우 입사 때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연세대 김동훈(金東勳·경영학) 교수는 “재학생 인재를 선발해 미리 교육하고 채용하는 방식은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현상”이라며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실무교육을 시켜 바로 현장에 투입하면 인력 활용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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