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위작 논란’ 법정싸움으로…유족 “감정협회 제소”

  • 입력 2005년 4월 2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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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기자회견에서 감정협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아들 태성 씨(오른쪽)와 그의 부인. 허문명 기자
24일 기자회견에서 감정협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아들 태성 씨(오른쪽)와 그의 부인. 허문명 기자
이중섭(李仲燮·1916∼1956) 화백의 그림 위작 시비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화백의 둘째 아들 태성(일본명 야마모토 야스나리·山本泰成·56) 씨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마치 내가 아버지의 그림을 대량 위조한 조직과 연계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감정협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태성 씨는 “감정협회는 유족들이 ‘이중섭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라는 단체로부터 그림을 20∼30점 기증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족들이 마치 무슨 범죄단체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명예를 손상시켰다”면서 “한국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태성 씨는 감정협회가 위작이라고 판정한 ‘물고기와 아이’를 포함해 지난달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을 통해 공개한 8점 외에 22일 공개한 이 화백 작품 31점을 26∼28일(오전 10시∼오후 5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포럼스페이스 2층에 전시해 미술계 관계자와 학자들에게 공개 감정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7월 중 이중섭 작품 50점 이상을 서울에서 전시하고 앞으로도 계속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태성 씨는 “지난해 12월 초, 서울의 모 방송국 관계자라는 사람과 이중섭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 김모 씨라는 사람이 도쿄에 와 ‘컬렉터가 소장한 그림인데 위작인지 아닌지 판정해 달라’며 10여 점을 보여 주었고, 12월말 아버지 묘소를 보러 한국에 왔을 때도 이 방송국에서 제법 많은 그림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차례 모두 진위를 가려 달라는 질문에 “내가 판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노코멘트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감정협회는 내가 위작 조직과 연계되어 그림을 기증받은 뒤 이를 유포시키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태성 씨는 22일 감정협회 감정위원들과 미술계 인사들을 상대로 평창동 한백문화재단 세미나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은지화와 캔버스 그림, 엽서 그림, 편지봉투, 관련 사진 등 이 화백 작품 31점을 새로 공개했다. 그는 “아버지는 일본에 왔을 때 많은 그림들을 그렸고 (한국에서도) 수시로 엽서와 그림을 보냈다”면서 “이번에 위작 시비가 난 ‘물고기와 아이’와 색채, 구도가 유사한 그림도 있으며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서체와 글씨가 달랐다”고 말했다.

한편 감정협회는 이날 “새로 공개한 31점 중 편지와 은지화는 진품인 것 같으나 나머지 작품들은 진위를 감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또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 자료 제공 등을 통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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