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등에 따르면 24일 현재까지 인사 대상자 390명 가운데 무려 18명의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추가적인 사표 제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검사들의 사표 제출이 주로 인사 전에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이번 ‘줄사표’는 이례적이다. 또 검사장 승진 탈락과 같은 고위간부급 인사의 부산물이 아니라 사표를 낸 대부분이 일선 검찰청의 ‘허리’인 사법시험 24∼28회 부장들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서부지검의 경우 형사 2, 3부장, 대구지검의 경우 형사 1부장이 사표를 냈다.
이번 무더기 사표 현상은 사법시험 정원 확대에 따른 간부직의 ‘병목현상’이 본격화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사법시험 정원 300명 시대’의 1세대인 사시 23회 출신 검사(12일 인사 당시 총 46명)들이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 재경 지검 차장, 대규모 지청의 지청장 등 요직을 22자리나 차지했다.
한 기수 위인 22회(13명)의 3배가 넘는 사시 23회가 요직을 대거 차지하자 사시 24∼28회 후배 검사들이 “요직 진출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표를 낸 경우가 많다는 것.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은 “이젠 사시 합격 인원이 1000명이나 되는 만큼 아래로 갈수록 점점 비대해지는 현행 구조로서는 앞으로 매번 인사 때마다 줄사표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법무부 검찰국은 전국 5개 고검 검사 등을 빈 자리에 ‘땜질식으로’ 배치하고 있지만 일부 자리는 후속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인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 검사는 “방(榜)이 붙으면 전국 어디로든 짐을 싸 가야 하는 일방통행식 인사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전공별로 배치가 이뤄지도록 하거나 쌍방향 인사를 도입해 검사 스스로가 장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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