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직도 ‘人事독감’…특정기수 전면배치에 18명 줄사표

  • 입력 2005년 4월 25일 03시 21분


검찰이 12일 단행한 중간 간부 인사 여파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24일 현재까지 인사 대상자 390명 가운데 무려 18명의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추가적인 사표 제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검사들의 사표 제출이 주로 인사 전에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이번 ‘줄사표’는 이례적이다. 또 검사장 승진 탈락과 같은 고위간부급 인사의 부산물이 아니라 사표를 낸 대부분이 일선 검찰청의 ‘허리’인 사법시험 24∼28회 부장들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서부지검의 경우 형사 2, 3부장, 대구지검의 경우 형사 1부장이 사표를 냈다.

이번 무더기 사표 현상은 사법시험 정원 확대에 따른 간부직의 ‘병목현상’이 본격화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사법시험 정원 300명 시대’의 1세대인 사시 23회 출신 검사(12일 인사 당시 총 46명)들이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 재경 지검 차장, 대규모 지청의 지청장 등 요직을 22자리나 차지했다.

한 기수 위인 22회(13명)의 3배가 넘는 사시 23회가 요직을 대거 차지하자 사시 24∼28회 후배 검사들이 “요직 진출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표를 낸 경우가 많다는 것.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은 “이젠 사시 합격 인원이 1000명이나 되는 만큼 아래로 갈수록 점점 비대해지는 현행 구조로서는 앞으로 매번 인사 때마다 줄사표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법무부 검찰국은 전국 5개 고검 검사 등을 빈 자리에 ‘땜질식으로’ 배치하고 있지만 일부 자리는 후속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인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 검사는 “방(榜)이 붙으면 전국 어디로든 짐을 싸 가야 하는 일방통행식 인사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전공별로 배치가 이뤄지도록 하거나 쌍방향 인사를 도입해 검사 스스로가 장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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