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박은영/시험때면 친구도 적?

  • 입력 2005년 4월 25일 19시 02분


봄이 한창인 4월 중순 대학가는 시험 기간이다. 도서관은 새벽부터 자리가 차고, 시험이 없는 강의실은 도서관에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로 붐빈다. 며칠 전 새내기인 듯한 두 여학생이 투덜거리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다른 친구가 시험 과목의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다며 서운해 하는 내용이었다. 대학이 상대평가를 선호해 친구 선배 후배 모두가 잠재적인 경쟁 상대라고는 하지만 유독 시험 기간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비단 대학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얼마 전 신문에서 고교 1학년 교실 풍경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외국어고나 과학고에서 전학 온 학생이 내신 1등급을 차지한다며 소위 ‘왕따’시킨다는 내용도 있었다. 내신 경쟁의 바람이 고교 1학년 교실을 싸늘하게 만든 것이다.

경쟁은 사회를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서 전체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킨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보면서 나 역시 열심히 하게 되고 확실히 전보다는 나은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이 보장된 사회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그러나 이 경쟁이 왜곡된다면 사회는 씻지 못할 상처를 입게 된다. 경쟁 상대가 ‘적’으로 인식되는 순간 하루하루가 숨 막히는 일상의 전쟁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과잉경쟁에 의한 소외와 박탈감이라고 한다.

문학수업 시간에 배웠던 정현종의 시 ‘섬’이 떠오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이 시에서처럼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서로 단절돼 홀로 떠 있는 섬이 된다. 경쟁을 하더라도 지친 상대방의 손을 잡아줄 수 있고, 넘어져서 주저앉은 친구의 어깨를 토닥거릴 수 있는 인정은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숨쉴 수 있는 공간에서의 경쟁이 더 좋은 효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박은영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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