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질박한 ‘조선의 멋’ 속으로… 문경 찻사발 축제

  • 입력 2005년 4월 27일 18시 49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을 일본에서는 ‘다완전쟁’ 또는 ‘도자기전쟁’으로도 부른다. 그만큼 조선의 도자기가 욕심났다는 이야기다. 일본이 그토록 집착했던 조선 도자기의 중심에는 투박스런 조선 ‘찻사발(막사발)’이 있다. 》

임진왜란 당시 일본 측은 이순신(李舜臣) 장군에게 패해 퇴각하는 상황에서도 조선의 도공을 잡아가고 도자기를 챙겼다.

일본은 당시 가져간 찻사발을 ‘정호다완(井戶茶碗·16세기에 만든 조선의 찻사발)’으로 부르며 국보로 지정했다. 일본인들은 지금도 이 찻사발을 ‘대명물(大名物)’이라고 칭송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도자기 전문가들은 “막사발보다 더 자연스럽게 생긴 그릇은 없다. 꾀가 없다. 조작한 흔적이 없다. 그야말로 무난하고 당연해 이를 따를 물건이 없다”고 칭찬한다.

경북 문경시(시장 박인원·朴仁遠)가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문경도자기전시관(문경읍 진안리) 일대에서 여는 ‘문경 찻사발 축제’는 이 같은 찻사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다.

문경지역에서 나오는 찻사발을 비롯한 도자기는 여전히 발물레와 장작가마를 고수해 조선 도공의 맥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경의 가마터가 80여개라는 것도 문경 도자기의 깊은 전통을 잘 보여준다. 문경읍 관음리에 있는 망댕이 가마(칸막이 가마)는 18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도예명장(名匠) 6명 가운데 3명(김정옥, 천한봉, 이학천 선생)이 문경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는 것도 이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조선의 찻사발을 지금도 가장 잘 재현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축제에서는 도예명장의 도요(陶窯)를 둘러보며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찻사발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도 있다.

특히 올해는 일본의 유명한 다도(茶道) 가문인 센노리큐(天利休) 후손이 참가해 다도를 선보인다. 센노리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다도 스승으로 조선침략에 반대하다 할복 자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축제추진위원장을 맡은 김정옥(金正玉·67·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선생은 “문경 도자기는 세월과 관계없이 조선 도공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점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며 “조선 찻사발의 소박하고 자연스런 멋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찻사발 축제는 29일 오후 1시 문경시 가은읍 봉암사 백운대 마애보살좌상에 차를 바치는 의식을 시작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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