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2002년 학교폭력 축소-은폐 지시

  • 입력 2005년 4월 29일 18시 25분


‘유서를 찾아 불리한 내용은 정리해 둔다.’ ‘숨진 상태라도 이송 중 숨진 것으로 한다.’

경남도교육청이 학교 내 집단따돌림으로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할 경우 진실을 축소 은폐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든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은 2002년 2월 2000여 부를 찍어 도내 초중고교와 지역 교육청에 배부한 ‘학생 생활지도 길라잡이’에서 7쪽에 걸쳐 ‘집단따돌림이 빚은 교내 자살사건에 대한 대처’ 요령을 제시했다.

도교육청이 ‘○○고 ○○○양이 집단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교내에서 음독자살한 사건’을 상정한 뒤 제시한 대처 방안은 교직원을 병원관련팀과 기밀유지팀 등 9개 팀으로 나눈 다음 역할을 분담시키도록 하고 있다.

우선 병원관련팀엔 ‘복잡한 사법절차를 피하기 위해 숨진 상태라도 이송 중 숨진 것으로 하고, 가급적 병원으로 빨리 옮겨서 사망진단서를 떼어야 한다’는 지침을 주었다.

기밀유지팀엔 ‘수사, 언론기관에 앞서 유서와 일기장, 편지 등을 찾아 사건 해결에 불리한 내용은 정리해 둔다’는 역할을 줬다.

사전교육 기록점검팀엔 ‘학급일지와 교무일지, 생활지도일지에 인간 존중, 따돌림 예방과 치료교육 기록이 없으면 즉시 보충하여 써 넣는다’며 사후 조작까지 유도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경남도교육청의 안내서 발간 경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 부당한 업무처리가 확인되면 적절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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