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미소잃은 지혜에게 희망을 나눠주세요”

  • 입력 2005년 4월 30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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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백혈병으로 신음 중인 한 초등학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학교와 보육원, 향토사단 등이 나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대산초등학교 4학년 엄지혜(11) 양은 현재 영남대의료원 무균실에서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투병생활을 5개월째 하고 있다.

12일 실시된 백혈병 수술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나 백혈구 수치가 불규칙하게 오르내려 B형 혈액을 긴급 투입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

엄 양은 지난해 7월부터 언니 영혜(12), 남동생 일훈(8) 군과 함께 산격동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인 청광보육원에서 지내왔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어머니가 가출을 했고 이어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자 갈 곳이 없어진 3남매는 이 보육원으로 들어간 것.

지난해 12월 감기 기운으로 동네병원을 찾은 엄 양은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엄 양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산초등학교 윤대훈(尹大勳) 교장을 비롯해 교원 32명과 학생 817명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고, 교직원들은 앞 다퉈 헌혈에 참여했다. 하지만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혈액이 까다로워 학교의 힘만으로는 벅찼다.

이 소식을 들은 50사단은 즉시 ‘지혜 살리기 헌혈 작전’에 들어갔다. 우선 장병 가운데 엄 양과 혈액형이 일치하고 건강상태가 아주 좋은 10명을 선정해 29일까지 5명이 혈소판을 제공했다.

가장 먼저 헌혈한 황병호(22) 이병은 “지혜가 막내 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며 “빨리 완쾌돼 학교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기(金相基) 사단장은 “지혜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장병들이 건강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술 이후 현재까지 치료비로 들어간 돈은 모두 7000여만원. 이 중 대구시교육청이 난치병 학생 돕기 재원으로 5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나 2000여만원은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청광보육원 교사들은 24시간 지혜 옆에서 부모를 대신해 간병하고 있다.

황태희(黃泰姬·32) 교사는 “수술 이후에도 지혜가 수시로 피를 토하면서 고통스러워 한다”며 “혈액 공급이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혈액을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산초등학교는 ‘지혜를 살리자’는 내용의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띄우는 등 교직원과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쾌유를 바라고 있다.

학교 측은 29일 50사단장에게 편지를 보내 ‘신속하게 건강한 혈액을 공급해줘 감사를 드린다’며 ‘어린 생명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윤 교장은 “지혜가 돌아오면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사랑을 듬뿍 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주변의 정성이 모여 지혜의 몸 속에 전달돼 빨리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청광보육원(053-382-2454)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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