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와 수입 자동차 업계의 갈등 때문에 반쪽짜리 모터쇼를 치러온 점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터쇼가 그 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라고 한다면 그에 걸맞은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
재작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참관하면서 이런 느낌은 더욱 절실해졌다. 11개의 거대한 홀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 넓은 공간에 각종 차와 부품업체 및 관련 업체 부스가 가득 들어서 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독일 전체가 들썩거리는 국가적인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장 주변 숙박시설은 1년 전에 예약이 끝나 버릴 정도다. 이렇게 대성황을 이루는 것은 독일이 자동차 강국이고 유럽 시장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모터쇼가 갖는 의의를 중시해 정책적으로 홍보에 앞장서 온 덕분이기도 하다.
2005 서울모터쇼는 아직 규모나 내용 면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들이 개최하는 메이저 모터쇼와 비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마련했다고 본다.
전시 공간은 5만3541m²(약 1만6196평)로 2002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모터쇼보다 두 배 가까이 넓어졌다. 10개국 179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생산 유발 효과, 부품 수출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모두 8000억 원가량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적, 교육적 효과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세계 각국의 콘셉트카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꿈을 발견하고 이 꿈을 이루는 데 매진한다면 국가 기간산업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은 격변의 기류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주요 자동차 강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급성장하는 시장인 동시에 주요 생산국으로서 세계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사실 OICA의 공인조차 받지 못한 중국 상하이모터쇼가 나름대로 업계에서 관심을 끌었던 이유도 알고 보면 거대한 시장이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수입 차의 시장 규모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그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며 서울모터쇼에 다수의 콘셉트카와 ‘따끈따끈한’ 모델을 출품하고 있다.
올해는 ‘시발 자동차’의 조립 생산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태동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우리의 자라나는 새싹들을 서울모터쇼에서 만날 때마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신기술,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현실과 미래를 꼭 짚어 주고 싶다. 모터쇼는 화려하고 성대한 축제인 동시에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전장이다.
허완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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