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시행된 기촉법은 5년 한시법으로 올해 말 효력이 끝나지만 정부는 그동안 시한 연장이나 대체 입법을 추진해 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채권단협의회 주도의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에 차질과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이 법에 따라 이미 구조조정을 끝낸 기업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이 소급해서 적용되지는 않는다.
▽배경=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노영보·盧榮保)는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건설에 대한 채권단협의회의 출자전환 결정 등을 따르라”며 교보생명 등 3개 채권금융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기촉법 17조 1항과 27조 1, 2항에 대해 지난달 26일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촉법은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협의회에서 채권 재조정 등을 결정하면 이에 반대하는 나머지 채권금융회사들도 따르도록 하고 있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공정성에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기촉법은 채권 재조정 과정에서 국내에 지점이 없는 외국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국내 채권금융회사만 불이익을 감수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위헌 결정 내려지면 어떻게 되나=헌재가 기촉법의 핵심 조항인 ‘채무 재조정 의무 이행’ 규정을 위헌으로 판결하면 정부가 추진해 온 기촉법 대체 입법이나 시한 연장의 의미 자체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기촉법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 법률을 도입하기 전처럼 채권단의 자율 협약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 자율 협약은 법적 강제조항이 없어 금융회사들이 출자전환이나 채무 탕감 등에 선뜻 나설지 의문이다. 정부가 2001년 기촉법을 도입한 배경도 채권단 자율 협약의 한계 때문이었다.
다만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현재 기촉법이 적용되고 있는 현대건설 쌍용양회 하이닉스반도체 등 21개 기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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