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100년/숙명여대]세계적 리더 양성 요람으로

  • 입력 2005년 5월 3일 16시 26분


대표적 ‘CEO 총장’으로 손꼽히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과거 10년은 숙명여대가 세계적 명문여대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기간이었다”며 “앞으로는 대학 특성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종승 기자
대표적 ‘CEO 총장’으로 손꼽히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과거 10년은 숙명여대가 세계적 명문여대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기간이었다”며 “앞으로는 대학 특성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종승 기자
내년 5월 개교 100주년을 맞는 숙명여대의 발걸음이 바쁘다.

1994년 취임한 이경숙(李慶淑·62) 총장은 이듬해 “개교 100주년인 2006년까지 학교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학교발전기금 1000억 원을 모으는 등 ‘제2 창학’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었다. 그 약속은 어느 정도 실현됐을까. 이 총장을 만나 학교 발전 성과와 향후 청사진 등을 들어봤다.

1990년대 초반까지 숙대를 다녔던 동문들은 최근 학교를 방문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캠퍼스의 모습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한다.

학교 정문에 상징처럼 우뚝 서 있는 행정관을 비롯해 약대, 100주년기념관 등이 들어선 맞은 편 ‘제2 창학 캠퍼스’ 전체가 사실상 최근 10여 년 동안 새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 총장이 취임한 뒤 새로 들어선 건물은 17개동이고 6000여 평이던 캠퍼스는 1만8000평으로 넓어졌다.

이런 외형적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현모양처의 이미지로 인식되던 학교 분위기도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리더’를 기르는 요람으로 변했다.

이 총장은 “의기소침했던 학생들은 자신감과 생기가 넘치고 졸업생은 모교를 자랑스러워하며 교직원의 불평불만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학교=취임 이듬해 이 총장은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06년까지 세계적인 명문여대로 발돋움할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적 명문 여대의 벤치마킹에 나섰다.

이 총장은 “대략 1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재단이 없다보니 적자에 허덕일 만큼 가난했다”며 “학교 발전은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우선 기금 마련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1995년 2월 ‘제2 창학 발기인 대회’를 열고 졸업생 2006명에게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을 벌인 게 첫걸음이었다. 숙대 역사상 최고 기금모금액 2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62억 원을 약정한 데 이어 4월 말까지 모금된 학교발전기금은 820억 원. 내년 5월까진 100%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외형적 성장에 못지않은 변화는 학교 전반에 흐르는 긍정적 ‘기류’다.

이 총장은 “학교를 둘러보면 옛날처럼 부정적인 내용의 플래카드가 거의 없다”며 “학생, 교직원 누구나 문제가 있을 때는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정시스템을 간소화하고 전산화하는 등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학생 중심의 대학을 만들어 ‘고객 만족도 1위 대학’으로 3년 연속 뽑히기도 했다.

▽“여자도 리더” 자신감 교육=이 총장은 “명문여대가 되기 위해서는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숙명인(淑明人)’으로서의 자긍심이 필수적”이라며 “여성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격려하면서 리더십 교육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숙대가 지향하는 여성 리더는 명령하고 군림하면서 ‘앞에서 이끄는 자’는 아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자’라는 것. 그래서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이 총장은 “이제까지의 여성 리더들은 자기관리 능력은 뛰어났지만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힘이 부족했다”며 “21세기에는 여성의 섬세함과 포용력, 융화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방황하기 쉬운 1학년 때 필수적으로 리더십 교양학부에서 읽기 쓰기 토론 등을 배우며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고 삶의 목표와 비전을 담은 ‘일대기’를 써보게 했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성화로 거듭난다”=숙대가 ‘세계적 명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 대학이다.

이 총장은 “국내 대학 최초로 교내에 무선 랜을 구축했고, 휴대전화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등 모바일 캠퍼스로 발전시켰다”며 “디지털 분야에서는 세계 1등이라는 자부심이 있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로는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 연구를 꼽았다. 의과대학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여대인 만큼 여성 질환에 대한 기초 연구에 주력할 수 있도록 약대와 생명과학대를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3월 여성질환연구센터를 열었고 임상실험을 위해 삼성의료원과 자매결연도 맺었다”고 말했다.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으로 유명한 이 총장은 “학교에 늘 빚졌다는 생각으로 일해 왔다”며 “후배나 제자가 나보다 더 우수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체육관 음악홀 등을 갖춘 예술관을 짓기 위해 1000평의 땅을 확보했다는 이 총장은 아직도 후배를 위해 할 일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