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전문기관 동방사회복지회는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를 입양한 가정 20가구를 한자리에 초청해 가족나들이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9월 생후 6개월 된 예람이를 입양한 권 씨 가족도 초청을 받았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은 학교에 빠지면서까지 여동생과 함께하는 가족나들이에 참석했다.
권 씨 부부는 결혼 전부터 아이 한 명은 꼭 입양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예람이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 좋아서 눈물까지 났어요.”
개구쟁이 형제도 예람이 앞에서는 의젓한 오빠다. 혹시 예람이만 예뻐한다고 시기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부모는 식목일에 있었던 일을 계기로 걱정을 덜었다.
“식목일에 근처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많이 막혀서 3시간 정도 차 안에 있었어요. 성찬이가 목이 마르다고 하는데 사다 놓은 음료수도 다 떨어지고 예람이 우유 타 줄 물만 약간 있더라고요. 그거라도 한 모금 마시라고 줬더니 ‘예람이 우유 타 줄 물은 먹으면 안돼. 예람이도 목마를 텐데 예람이 줘야 해’하더라고요.”
자영업을 하는 권 씨 가족의 형편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굳이 입양을 하겠다는 권 씨 부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권 씨는 “입양은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예쁜 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며 “이젠 예람이가 없는 우리 가족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권 씨 부부는 공개 입양을 택했다. 두 아들에게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까지 예람이의 입양 과정을 설명해 줬다. 예람이가 자라면서 입양 사실을 알고 고민도 하겠지만 그 고민까지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예람이가 원하면 생모도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이렇게 예쁜 딸을 낳아 준 생모에게 매일 고맙다는 감사 기도도 올려요. 같은 여자로서 딸을 자기가 키우지 못하고 입양을 보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면 가슴이 쓰려요. 생모에게 떳떳하게 예람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정말 잘 키우고 싶어요.”
내일은 예람이가 온 가족과 처음으로 보내는 어린이날이다. 가족들도 예람이와 처음 맞는 어린이날이 기다려진다. 예람이가 좋아하는 동물을 보러 다 함께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으로 나들이를 갈 예정이다.
김태옥(金泰玉) 동방사회복지회 후원사업부장은 현재 국내에서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유기되거나 입양기관에 맡겨지는 영아가 매년 9000여 명인데 이 중 2200여 명은 해외로 입양되고 1700여 명만이 국내로 입양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버려지는 아이들이 예람이처럼 든든하고 행복한 울타리를 가질 수 있도록 국내 입양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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