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 vs 論]교원평가제

  • 입력 2005년 5월 10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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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객관적 다면평가 도입 전문성 향상에 도움 줘’▼

‘교원평가제도’를 놓고 교육계가 시끄럽다. 학부모 역시 교육의 주체라는 관점에서 학부모와 학생까지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교원을 평가한다는 이 안에 대해 대부분의 교원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3000여 기독 교사들의 모임인 우리 ‘좋은교사운동’은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도라면 찬성이라는 입장을 6일 밝혔다.

어차피 각오한 일이지만 교원평가제도 도입을 찬성한 이후 죽을 맛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소위 교사운동단체에서 평가제도를 찬성했으니 축구로 치면 자살골을 몇 개는 넣은 셈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평가’로만 해결하겠다는 ‘평가 만능주의’는 잘못이다. 그러나 어차피 있는 평가제도가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의미가 있다. 현재 학교에 있는 소위 ‘근무평정제도’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장 1인에 의한 상대평가이다 보니,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

이 낡은 제도를 걷어치우고 대신 학생 등이 참가하는 다면(多面) 평가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교직에서 나는 해마다 아이들로부터 수업평가를 받아 왔다. 전문가가 아닌 아이들로부터 받은 평가이지만 내 수업을 돌아보는 데 다시없이 좋은 기회였다. 아이들의 평가는 그 어떤 전문가의 평가보다 진실한 것이다.

물론 교사가 자발적으로 평가받는 것과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 평가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지금 교장 1인에 의한 근무평정제도보다는 훨씬 낫다. 그런 의미에서 교원평가제도는 교사에게도 유익하다.

교사들은 사실 불만스럽다. 모든 교육 문제를 교사의 책임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이 당혹스럽다. 또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새 평가제도를 발표해 ‘낡은 승진평가제도를 없애면 다면평가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교원들까지 반대편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낡은 관료행정주의와 승진제도의 폐해를 국민은 알 리가 없다. 문제 많은 교육부 안을 비판만 하면 국민은 “그래, 한마디로 평가받기 싫다는 거지?”라는 식으로 마음을 닫는다.

국민은 더 이상 교원을 정치적 약자로 보지 않는다. 과거보다 엄격한 책무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의 실수와 잘못 때문에 생긴 고통에 먼저 교원들이 대답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를 상대로 투쟁만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교사들에게 불리한 정책은 교원에 대한 불신을 먹고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가를 받을 테니, 국민은 우리와 함께 낡은 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하고 승진제도를 개혁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낫다. 교육 문제가 교원 잘못으로 환원될 수는 없지만 우리 잘못에 대해선 시원하게 대답함으로써 발언권을 확보하고 국민이 모르는 잘못된 제도를 고발해야 한다.

이 상태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교사들 말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새 교원평가제도가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필자도 반대한다. 그러나 ‘평가=구조조정’이라는 단순 도식은 위험하다. 그 말이 빌미가 돼 구조조정을 자초하게 될 수 있다. 나쁜 제도를 막는 방법은 어떤 평가도 안 된다고 강변하는 데 있지 않고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제도를 제시하는 데 있다.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


▼반대 ‘학생 입맛에 좌우되면 교육본질 왜곡될 우려’▼

교원평가제를 입안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주장은 평가가 교원들의 질 제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평가를 하게 되면 경쟁을 통해 교원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에 대한 서비스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교원 중 일부는 도입에 적극적인 모양이다. 외국의 사례를 들기도 한다. 도입에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수요 공급의 논리를 적용하더라도 교육 서비스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는 다른 측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르치고 기른다’는 교육이라는 말 자체에 수요자의 요구만을 반영할 수 없는 측면이 내포돼 있다. 수요자(학생)가 하기 싫은 것도 인간적 성숙을 위해 가르쳐야 할 때가 있다. 상대의 구미에 맞출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교원 평가가 가져올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사회구조가 불건강하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평가를 강요하는 것은 부조리한 사회화를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인간 개개인이 도덕적이라 할지라도 비도덕적 사회 구조에서는 개인이 도덕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영역이 본질을 잃고 왜곡되면 구성원에 대한 사회화 과정에서 왜곡이 우선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학생들은 교사에 의해 크게 영향 받는다.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의 평가에 좌우되는 등 외풍에 시달리면 학생들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십분 양보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교사들을 평가한다 해도 현재의 안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우선 평가의 주체를 믿을 수 없다. 그간 일부 학부모들은 (내신 등과 관련해)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자격시험을 거친 전문가인 교사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일은 왜 그리 쉽게 말하는가.

평가의 내용도 수긍하기 힘들다. 교원의 자질은 ‘지속적 과정’ 속에 표출되는 것이 더 많다. 단순히 ‘보여 주는 한 회 수업’으로 어찌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 동시에 평가의 절차나 방법도 타당하지 않다. 현행 근무 평정제도와의 중복 문제는 양보하더라도 공개 수업을 통해 평가를 시행한다면 보여 주기 위해 치러지는 낭비와 비능률을 어떻게 할까.

현재 교원 평가에 대한 찬반 논의의 근본적인 출발은 평가의 반사 이익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원정책평가단이 권고한 핵심은 교원 평가가 아니라 선발된 우수 교원에 대한 능력개발 프로그램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대신 ‘평가’라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택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 현재의 교원평가제 도입안에 의구심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에서 배워야 할 것은 평가의 겉모양이 아니라 사원의 능력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정신이다. 지금 교육 당국이 우선시해야 할 일은 교육 인적자원에 대한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원들의 수업 개선을 위한 교과 연구회 활동을 활성화하며,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눈을 딴 데 돌려 낭비할 시간이 없다.

황인표 서울 보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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