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부부 강간죄 도입

  • 입력 2005년 5월 11일 17시 57분


▼악용되면 가정파괴 부추겨▼

우리 민법에 부부 동거 의무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강간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부부강간죄가 악용되면 오히려 가정파괴를 부추길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설사 남편이 강제로 부부관계를 가졌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적이 있고, 학계에서도 강간죄가 부부간에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다. 물론 합법적으로 성을 향유하는 부부 사이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아내가 남편을 폭력으로 고소하면 처벌이 가능한데 굳이 부부강간죄를 신설하려는 것은 부부간의 ‘돌아올 수 없는 다리’만 놓아 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김교홍 경찰관·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부부관계는 당사자에 맡겨야▼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간에 강간죄 적용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현실이 씁쓸하다. 부부관계까지 법적 잣대로 판단하고 보호해야 할 만큼 결혼제도와 가족제도가 위기에 처했는가.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부부 사이의 침실생활까지 법적 보호에 기대야 할 만큼 부부간 신뢰가 무너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부 사이는 일순간 감정이 나빠졌다가도 금방 따뜻하게 녹아내리기도 한다. 부부간의 성관계를 법적으로만 해결하려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해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밀한 침실생활까지 법정공방을 벌인다면 그 부부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부부관계는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다.

곽규현 교사·부산 금정구 구서1동

▼폭력적인 성관계는 제재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포악한 남편이 휘두르는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부부 사이가 아무리 특수한 관계라지만 아내의 의사를 무시하고 남편이 마음대로 성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에 해당하는 얘기겠지만 자기 부인을 존중하지 않는 자격 미달의 남편들에게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부부간에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며 별거 중이거나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 폭력을 동원한 강제적인 성관계를 강요하는 파렴치한 남성들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부부강간죄 도입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 젖어 있는 일부 남편이 아내의 성(性)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영목 주부·부산 금정구 금사동

▼방관하면 더 큰 문제 부를것▼

부부간 강간은 아내를 남편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가부장적 인식에서 나온다. 남녀가 결혼해 부부가 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합법적인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많은 사람이 부부간 강간에 관련한 특별법 추진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나 부부간의 사적인 일을 굳이 법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느냐”며 법률화에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관자적 태도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부부간의 강간이 대부분 구타와 폭행을 동반하는 데다 그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부부간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강간은 범죄다.

박수희 대학생·서울 용산구 청파동3가

▽다음번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중고생 두발 자율화’를 둘러싼 논란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모든 중고교에 “두발 관련 규정에 대해 학생들이 개정안을 만들게 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11일 내렸습니다. 현재의 학교 두발지도 지침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규정 초안을 만들고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 것입니다. 시교육청은 또 각 학교에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지 말도록 지시했습니다. 한편 학생들은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두발제한폐지와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거리축제’를 열 계획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인권침해는 막아야 하지만 적절한 지도 역시 필요한 만큼 전면적인 두발규제 폐지는 안 된다’는 반론도 일고 있습니다. 두발 논란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5월 18일까지 본사 기획특집부의 팩스(02-2020-1299) 또는 e메일(reporter@donga.com)로 보내주십시오. 동아닷컴 ‘독자토론마당’ 코너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명(實名)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을 명기하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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