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사전준비와 범행=11일 오전 3시 50분경 사설 경비업체인 C사의 익산 사무실 비상벨이 울렸다. 3, 4분 후 경비업체 직원들이 영등동 귀금속판매센터에 들이닥쳤다.
그러나 이미 센터 내 29개 점포 77개 진열대 가운데 24개 점포 61개 진열대의 귀금속이 털린 뒤였다.
도난당한 귀금속과 보석은 5만여 점 500kg 상당. 매장에 진열된 7만여 점 가운데 80%가량이 없어졌다. 대부분 50만 원 이하짜리지만 100만 원 이상의 고가품도 일부 포함됐다. 다이아몬드를 따로 모아놓은 대형금고는 털리지 않았다.
업주들은 “피해 규모가 1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인들은 건물 뒤편 화장실의 방범망을 뚫고 들어와 판매장으로 통하는 나무합판 출입문 밑 부분을 톱으로 잘라내고 침입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2시에 순찰을 돈 경비원이 “당시 화장실 방범망에 이상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어 범행시간을 오전 2시에서 3시 50분 사이로 보고 있다.
센터 내 매장 천장에는 모두 15개의 침입자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범인들이 감지기마다 화장지를 붙여 놓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가운데 한 감지기의 화장지가 떨어져 비상벨이 울린 것.
경찰은 “9일 정오경 C 경비업체 제복을 입은 20대와 30대 후반 남자 2명이 이 업체 로고가 붙은 화물차를 타고 와서 천장 감지기를 점검하고 갔다”는 업주들의 말에 따라 이들이 경비업체 직원을 가장해 감지기 안에 화장지를 붙여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11일 오후 센터에서 500m가량 떨어진 도로에서 이들이 타고 왔던 차로 보이는 1.5t 화물차를 발견했다. 이 차는 6일 김제시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운전석 문에 로고를 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허술한 보안=이 귀금속센터 직원들은 정기 휴무일(매주 화요일)인 10일 지리산으로 야유회를 갔으며 관리사무실 직원들마저 단합대회를 떠나 사건 발생 당시에는 50대 경비원 1명만이 지키고 있었다.
이 센터는 그동안 수차례 무인 감시 카메라(CCTV) 설치를 권고받았으나 센터 측은 고객들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 센터는 다중 이용 시설이고 물품이 자주 입·출고된다는 이유로 보험회사가 거부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업주들은 보안경비업체의 보상금(총 10억 원)만 받게 될 형편이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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