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김진호(金鎭鎬·55) 관장이 최근 대전에서 발행되는 문학지 ‘문학사랑’ 봄호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대전시의회 전문위원 출신인 김 관장의 시 쓰기는 일반 시인들과는 달리 직업상의 필요에서 시작됐다.
2001년 3월 부임한 김 관장은 국악 공연에 관객을 모으기 위해 눈길을 ‘확’ 끄는 초대장을 만들기 위해 부심했다. 한자성어를 나열한 판에 박힌 안부와 계절 인사 대신 한편의 시로 초대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시와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공연의 의미와 내용, 특징 등을 함축적이고 정제된 시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김 관장은 공연이 확정되면 행사 준비와는 별도로 초대시를 짓기 위해 밤낮 없이 시상(詩想)을 떠올리느라 몸살을 앓아야 했다.
‘…산천이 풍부한 신도(新都)는 조야가 넓고 백성 다스림이 순(順)하여 800년 도읍의 땅이라 정감록은 적었다./…하늘이 빚은 약속의 땅 금강(錦江)을….’(2004년 12월 17일 대전엑스포아트홀에서 열린 송년 연주회 ‘금강에 살아리랐다’ 초대시 중에서)
김 관장이 지금까지 시로 쓴 초대글은 40여 편. 효과는 점차 나타나기 시작해 공연 초대장이 기다려진다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예술단체에서도 초대시를 써달라는 주문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
이제 그의 초대시에 붙는 직함에는 ‘시인’이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는다. 틈틈이 쓰기 시작한 시 가운데 ‘오동나무’가 문단의 인정을 받은 것
심사위원들은 ‘국악위에 둥지 튼 봉황의 노래’라는 제목의 심사평에서 “국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여보게 자네!/ 오늘은 왜 그리/ 힘이 들어 보이시는가?/ 깜냥 것/ 이고 진 봇짐인데/ 어찌 빈손으로 보이네 그려./ 시들한 세상일랑/ 그쯤 어디 세워놓고/ 곰삭은 오동소리와/ 내가 누구인지/ 돌아봄이 어떠하시겠는가?’(‘오동나무’ 전문)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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