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경비구난함인 태평양5호에는 앳된 얼굴의 여성 경찰관 2명이 중국어선 검거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1월과 지난해 11월 각각 해경으로 임용된 여윤지 경장(27)과 정춘화 순경(24)이 주인공.
이 경비함은 한번 출항하면 1주일 이상 옹진군 서해5도를 돌며 중국어선을 단속한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해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이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경우도 많다.
항상 위험이 뒤따르는 검거요원을 지원한 이유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답은 똑부러졌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 온 해경이 된 이상 경비함을 타고 싶었습니다. 수시로 우리 해역을 넘어 와 각종 어류를 노략질하는 중국어선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는데 남녀 구분이 있을 수 없잖아요.”
아직 미혼인 이들은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태권도 등 무술 유단자들로 불법조업자들을 검거하는데 필요한 특수훈련을 받았다.
경비함의 조타실 레이더에 NLL을 침범한 중국어선이 포착돼 나포 명령이 떨어지면 이들은 권총과 가스총 등으로 무장한 채 2대의 단정(고속보트)에 나눠 타고 출동한다.
해군 해난구조대 출신으로 1988년부터 검거조장을 맡고 있는 이보현(45) 경사의 지휘로 어선을 점거한 뒤 선원들을 체포한다.
두 사람 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중국어선내에서 선장과 선원 등을 상대로 월선경위와 불법 조업행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는 1차 현장조사도 이들의 몫이다.
“고속보트에서 중국어선으로 뛰어들 때 왜 겁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서해안에서 꽃게가 거의 자취를 감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어민들을 생각하면 주먹을 불끈 쥐게 됩니다.”
중국어선이 주로 어둠이 깔린 새벽을 틈타 NLL을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각각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여 경장은 함장의 명령에 따라 경비함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키를 다루는 조타사다. 갑판원인 정 순경은 경비함의 정비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살림꾼이다.
최근 우리 어민들이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어로한계선을 넘거나 중국어선을 나포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들은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 해역에서 중국어선의 조업을 제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경 태평양5호=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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