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뿐 아니다. 섬진강 건너 경남 하동군도 그렇다. ‘공룡의 마을’로 떠오르는 고성군 회화면 국도 14호선 옆 들녘은 자운영의 보랏빛이 현란하다.
화학비료에 밀려났던 자운영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최근 파종 면적이 급증하는 추세다. 농촌 들녘에는 이미 조용한 ‘자운영 혁명’이 시작됐다.
▽친환경농업의 첨병=경상대 최진용(崔震龍) 친환경농업 산학연구교육센터장은 15일 “친환경농산물이 각광받는 요즘 자운영은 우리 농업에 희망을 안겨 주는 귀한 식물”이라고 말했다.
공기 중의 질소를 뿌리혹에 고정하는 이 녹비작물은 비료 절감 효과뿐 아니라 토질 개선, 침식 방지, 밀원(蜜源) 등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경상대와 경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자운영 재배에 따른 질소와 유기질 비료 절감 효과는 ha당 연간 129만6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1ha에 들어가는 자운영 종자비 9만2880원을 빼더라도 120만 원어치의 효과가 있는 셈. 올해 자운영 파종 예정 면적이 6만8700ha인 점을 감안하면 825억 원의 비료 절감 효과가 생긴다.
재배면적은 2, 3년 사이 3배가량 늘었다. 전남도는 2007년까지 2모작 논과 간척지, 저습지를 제외한 12만5000ha에 자운영을 심을 계획이다. 경남도 역시 2002년 4400ha에서 올해는 1만ha가 넘을 전망이다. 경북도도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자운영 덕분입니다”=전남 곡성군은 ‘심청 쌀’ 재배단지를 포함해 모두 2642ha에 자운영을 심어 ‘그린투어’ 장소로도 활용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아파트부녀회연합회장단 45명이, 이달 초에는 신림동과 봉천동 부녀회원 90명이 다녀갔다.
투어 참석자인 정남숙(54·여) 씨는 “들녘의 자운영과 섬진강변 철쭉이 인상적이어서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나비 고을’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은 매년 봄 나비축제 현장인 함평천변 드넓은 논에 자운영을 심는다. 경남 김해시 한림농협은 2003년부터 자운영 농법으로 쌀을 재배해 ‘왕의 땅’이라는 브랜드로 출하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재배기술 향상=경남농업기술원 작물과 홍광표(洪光杓) 박사는 “자운영을 심은 논을 5월 초가 아니라 5월 말이나 6월 초 갈아엎을 경우 종자를 재파종하지 않아도 10월경 다시 싹이 돋아난다”고 말했다. 자운영 종자는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강병화(姜炳華) 교수는 “중부 이남지방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자운영을 경기 남양주시의 고려대 부속농장에서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 자운영
연화초, 홍화채로도 불리는 콩과식물.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들어온 지 오래돼 우리 풀이나 다름없는 녹비(綠肥), 사료작물이다. 식용과 약용으로도 쓴다. 밀원(蜜源) 식물로서도 훌륭하다. 9월경 벼가 있는 논에 파종하면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 25cm 안팎으로 자란 뒤 4∼5월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 뿌리혹박테리아
근류균(根瘤菌)이라고 하며 콩과식물 뿌리의 혹 속에 살면서 공생한다. 공기 중 78%에 이르는 질소를 콩과식물 뿌리에 저장하면 콩과식물은 세균 증식에 필요한 영양분을 대준다. 뿌리혹은 공생하는 식물 종류에 따라 독특한 외형과 구조를 가진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곡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고령=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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