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라며 의기투합, 전세금 900만 원을 빼들고 1990년대 초 돌연 인도로 날아간다. 당시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아이 낳으러 서울에 잠깐 들른 뒤 다시 갓난아이를 들쳐 업고 인도 행. 그렇게 2년여를 인도에서 살며 그들은 “행복이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라는 깨달음을 안고 돌아온다.
그러나 생활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평생 그림만 그리며 살고 싶었던 남편은 가족 부양을 위해 미술교사라는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하고 싶은 일(그림)을 억누르며 아이들 돌보고 살림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써야 했던 아내도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 속에서도 두 사람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덧 서울 생활 10여 년에 훌쩍 마흔 고개를 맞으면서 두 사람은 이제야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인정하자고 한 것.
“요즘 다들 돈 돈 하는데, 우리는 그것과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까, 행복은 반드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대요.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드니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그림에 대한 애정이 더 늘어났어요.”(아내)
“나만 옳다는 아집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생각 한번 바꾸면 세상이 이렇게 달라 보이는데 그동안 너무 옳다 그르다는 판단에 나 스스로를 옭매어 넣고 괴로워했던 것 같아요. 한때는 이 어려운 세상에 그림이 무슨 소용이 있나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남편)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진흥아트홀에서 20일까지 열리는 ‘Growing up in artist family’전은 부부 예술가 가정의 사연을 담은 그림들과 작업현장, 자녀교육 등을 엿볼 수 있는 이색전시다. 가정의 달을 맞아 부부 예술가 다섯 쌍의 진솔한 가족애가 그림을 통해 전달된다.
이 씨 부부 외에 오의석 이종화 부부, 이웅배 조소희 부부, 신영성 하민수 부부, 김동철 반미령 부부와 그 자녀들이 가족별로 전시공간을 마련해 그 가족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을 보여준다. 예술가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작품에서 예술적인 개성이 엿보인다. 02-2230-5170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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