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은밀해진 ‘찌라시’… 값은 倍로… 사설정보지 단속 두달

  • 입력 2005년 5월 18일 18시 18분


《정부가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널리 알려진 것만 10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던 사설정보지는 과연 사라졌을까. 본보 취재팀이 대기업과 금융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들 사설정보지가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제작돼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기업인 A사에 다니는 B 씨는 최근 매주 화요일이면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이른 오전 7시 회사에 출근한다. 자신만이 아는 ‘정보원’에게서 사설정보지를 팩스로 받기 위해서다. 사내 다른 사람에게도 보안을 지켜야 하는 사항.

B 씨는 “월 30만∼50만 원 하던 사설정보지가 단속 이후 2배 이상 올랐지만 정보지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정보통신부 경찰이 3월 중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고 10일 “직무 관련 정보를 사설정보지에 흘리거나 제공하는 공무원은 파면을 포함해 법이 정하는 최고의 엄격한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설정보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

그는 “믿을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끼리 1 대 1로 찌라시를 주고받는다”며 그러나 대기업과 증권사, 사채시장에서는 여전히 ‘은밀한 정보’가 거래된다. 정보지를 바탕으로 경쟁 기업의 정보를 수집·가공해 최고경영자(CEO)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

대기업의 정보담당자는 사설정보지 단속 이후 정보 교환을 위한 비공식 모임을 전보다 더욱 자주 갖는다. 모 기업의 정보담당자는 “일부 언론사 기자가 참석해 취재 후기를 들려 주기도 하는데 이런 은밀한 정보를 분석해 증시 동향을 예측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C사의 경우 최근 경쟁사 정보 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팀 인원을 확충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이들의 임무는 학연 및 지연을 이용해 수사기관과 언론, 업계 관계자를 만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 신빙성이 적어 보이는 정보라도 일일이 확인한 뒤 등급을 매겨 상부에 보고한다.

정보팀 관계자는 “1999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집중 단속했을 때도 잠깐 주춤했을 뿐 사설정보지는 곧 다시 성행했다”며 “은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만큼 사설정보지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사설정보지의 완전 근절에 대해 회의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수사 방침까지 천명했지만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모든 정보지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 경찰, 국정원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정보지 폭력 대책단 회의’를 열고 사설정보지 단속기간을 2007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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