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영어보기]‘shoe is on the other foot’

  • 입력 2005년 5월 19일 15시 49분


영화 ‘쇼생크 탈출’
영화 ‘쇼생크 탈출’
영화 ‘쇼생크 탈출(Shawshank Redemption)’에서 촉망받는 은행 간부 앤디(팀 로빈스 분)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앤디는 타고난 두뇌와 뛰어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도소장이 긁어모은 검은돈을 세탁하여 불려준다. 수감 19년 후, 앤디는 치밀한 탈출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앤디의 탈출은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앤디가 탈옥하는 날 저녁, 교도소장은 앤디에게 자신의 구두를 닦아놓으라고 명령하고 퇴근한다. 그러자 앤디는 교도소장의 구두를 닦은 후 자신의 남루한 구두와 바꿔치기 한다. 그날 밤 자신의 감방으로 ‘퇴근’하는 앤디는 교도소장의 구두를 신고 있고, 카메라는 그 반짝이는 멋진 구두를 의미심장하게 클로즈업 한다. 웬 구두? 이유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앤디의 탈출이 ‘구두(shoes)’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영어로 ‘shoe’라는 것은 ‘구두’라는 의미 외에 ‘경제(사회)적 지위, 입장, 관점’이라는 의미로도 자주 쓰인다. 탈출 직전 자신의 처지와 어울리지 않는 멋진 구두를 신은 앤디. 이는 그의 신상에 멋진 변화가 오리라는 것을 관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앤디가 신은 ‘shoes’는 ‘구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은 그의 탈옥을 알고 기뻐하는 친구 레드(모건 프리먼 분)의 독백을 통해서 한 번 더 강조된다.

RED: The guard simply didn′t notice. Neither did I. I mean, seriously, how often do you really look at a man′s shoes?

레드: 간수는 그 구두를 보지 못했다. 나도 그랬다. 사실 말이지 다른 사람이 신고 있는 구두를 눈 여겨 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레드의 독백은 ‘우리는 앤디가 (멋진)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간과했다’ 즉, ‘그의 상황이 바뀔 것’,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그가 탈옥할 것을 몰랐다’라는 뜻이다.

교도소장의 멋진 구두로 바꿔 신은 앤디는 탈옥에 성공해 교도소장의 거금을 가로채 멕시코로 간다. 한편 앤디의 남루한 구두를 가지게 된 교도소장은 어떻게 됐을까? 앤디의 비참한 상황이 바로 그의 처지가 된다. 둘의 처지가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 뒤바뀐 형세를 shoe로 풀어보면 ‘the shoe is on the other foot(상황이 역전되었다)’라는 숙어가 된다.

‘Shoe is on the other foot now(이제 상황은 역전 되었다).’

2005년 4월 9일 미국 텍사스 주 지방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주인공은 골프계의 거성인 비제이 싱과 필 미켈슨. 싱은 마스터스 게임에서 미켈슨이 ‘부적절한’ 골프화로 그린에서 반칙을 한다고 주최 측에 고발했는데, 확인 결과 미켈슨은 결백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싱 자신의 과거 전적을 캐내보자면, 그는 1985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스코어카드를 조작하는 반칙을 저질러 탈락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싱은 무고한 미켈슨에 대한 반칙 주장으로 오히려 잊혀져 가던 자신의 반칙 전적을 다시 들추어버리는 ‘악수’를 두고 만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승부욕으로 남을 궁지로 몰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 욕심 많은 싱을 두고 언론은 ‘Shoe is on the other foot now’라며 꼬집은 것이다.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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