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내 동창회관. 이 학교 2학년생 14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일일 경제교사로 나섰다. 강의 주제는 ‘우리 경제 실상을 알아봅시다’.
박 총재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투자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며 “개방경제 시대를 맞아 한국의 투자 여건이 그만큼 열악함을 보여 주는 것으로 말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임금 10배, 땅값 4배, 세금 2배 등 투자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며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것도 국내 투자를 더욱 부진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경제가 노화되면 저성장, 고물가, 사회불안 가중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며 “경제 노화를 막기 위해 (출산을 장려할)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교육비 비중이 선진 60개국 중 1위지만 대학 경쟁력은 59위”라며 “교육 문제를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교육비를 교육세로 내고, 교육기관에 유산 물려주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경제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불경기가 지속되는 이유로 △고임금 △개방화 △실업 등 3가지를 꼽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경제 강좌’를 열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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