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본고사 부활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우수학생 선발 노력은 당연▼

본고사는 각 대학의 기준에 맞추어 문제를 만들어 학생의 그 해결과정을 보아 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한 대학의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이기주의가 비난받아야 할 대상인가? 대학이 인재를 탐내지 않는다면 뭘 탐내야 하는가? 1%가 99%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이 1%를 육성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본고사 부활이 사교육의 범람을 야기할 것이라고 얘기하나 설득력이 없다. 본고사에서 수능 제도로 바뀔 때 사교육이 경감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을 봐도 그렇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자율적으로 맡기면 더 잘될 수 있다. 가만히 놔두면 잘될 일을 왜 간섭하여 망치려 드는가.

이민재 고등학생·경기 광주시 오포읍

▼내신만으론 변별력에 한계▼

수년 전 수능 모의고사를 치렀더니 전체 평균이 가장 높은 학교가 400점 만점에 364점, 가장 낮은 학교가 109점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평균 성적이 255점이나 차이 나는 학교가 공존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처럼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 간 학력차가 반영되지 않은 내신 성적을 대학이 신뢰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교육정책의 총체적 실패 원인은 당국의 구태의연한 발상과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길은 평준화를 폐지하고 대학입시를 자율화해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교육 생산자인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각각 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김의철 의사·광주 광산구 산월동

▼과외비용 늘어나 가계에 부담▼

최근 주요 대학들이 교육인적자원부의 본고사 불가 원칙에 반발하고 있다. 수십 년간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저하됐으며 사교육은 오히려 더 기승을 부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들어 주요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일선 고교 현장의 교육 현실을 도외시한 행위다. 학생들에게 내신 대비 공부, 수능 공부 외에 추가로 대학별 본고사나 심층면접, 논술을 준비하게 만드는 3중고를 주는 행위다. 대학별 본고사 대비 과외가 더 만연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가정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지 않은가. 대학별 본고사를 금지하는 현 정책은 옳다.

최해근 회사원·경남 사천시 벌리동

▼실패한 제도 왜 다시 거론하나▼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잃었다’, ‘하향 평준화됐다’고들 하지만 실패한 본고사 제도를 보완해 등장한 시험방식임에는 틀림없다. 본고사 제도는 이른바 ‘돈 좀 있는 집안 애들’을 명문대로 가게 하고 이렇게 해서 사회 고위층이 된 그들은 다시 그들의 자식을 이러한 방식으로 키우게 된다. 본고사 제도는 빈부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적 발전이 심화된 상황에 기름을 들이부을 뿐이다. 실패했다는 게 불 보듯 뻔한 제도를 왜 굳이 다시 꺼내 한 번 더 실패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본고사 부활을 외치는 건 결국 기득권자들의 권력 세습을 위한 수단을 합법화하려는 게 아닌가.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다. 더 이상의 교육제도 혼란은 막아야 한다.

최유진 고등학생·경남 마산시 완월동

▽다음번 주제는 ‘새 표준색 이름’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최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1964년에 제정된 일본식 색 이름 체계를 42년 만에 개편하기로 하고 올해 말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병아리색(노랑) 수박색(초록) 자두색(진한 빨강)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색 이름 42개가 새로 ‘표준색 이름’으로 정해졌습니다. ‘살색’으로 불리던 피부색이 2002년 ‘연주황’으로 바뀌었으나 앞으로는 ‘살구색’으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표준색 이름이 바뀐 것을 두고 “생활에서 실제 사용하는 색깔 이름으로 바뀌니 편리해 질 것”이라는 찬성과 함께 “이미 굳어진 색깔 명칭을 굳이 바꾸는 것은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표준색 이름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6월 1일까지 본사 기획특집부의 팩스(02-2020-1299) 또는 e메일(reporter@donga.com)로 보내주십시오. 동아닷컴 ‘독자토론마당’ 코너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명(實名)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을 명기하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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