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혹 왕영용씨 조사문건, 김세호씨에 유출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김세호 전 차관
김세호 전 차관
검찰 수사에 앞서 이뤄진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문건이 사건 핵심 관련자에게 유출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감사 내용과 함께 감사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이처럼 어이없는 행태를 보인 감사원을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출 경위=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洪滿杓)는 31일 감사원 조사 문건 일부가 감사를 앞둔 김세호(金世浩·당시 철도청장·구속) 전 건설교통부 차관에게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감사원 조사 문건을 찾아내 감사원과 철도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문건의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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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3월 10일경 철도공사에 감사를 나간 감사원 직원이 왕영용(王煐龍·구속)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을 조사하면서 문답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철도공사 직원 2명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감사원 직원이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에 꽂힌 플로피 디스켓을 철도공사 직원들이 몰래 빼낸 뒤 복사해 김 전 차관과 신광순(申光淳·당시 철도청 차장·구속) 전 철도공사 사장 등에게 건넸다는 것.

유출된 문건은 감사원 직원이 왕 씨를 조사하면서 작성한 60쪽 분량의 문답서 중 40∼50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빼낸 감사원 감사문서는 신 전 사장 등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부실 해명=감사원은 “자체 조사 결과 철도공사 감사장 캐비닛에 넣어 둔 플로피 디스켓을 철도공사 직원들이 마스터키로 열고 갖고 나가 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자신들은 문서 보안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는 것.

그러나 문건을 유출한 철도공사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책상 위에 방치된 노트북 컴퓨터에 꽂힌 플로피 디스켓을 복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감사원 직원이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도 다른 조사 문건이 유출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노트북 하드디스크에 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플로피 디스켓으로 작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셈이다.

▽단순 실수?=김 전 차관과 신 전 사장 등은 직원들이 빼낸 문답서를 미리 입수해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감사원의 단순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일각에선 감사원 내부의 고의 유출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의 묵인이나 방조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감사원 조사 문건을 빼낸 철도공사 직원 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지난달 초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허문석(許文錫·인터폴 적색수배) 씨의 출국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감사원은 문건 유출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조사 문건 유출을 계기로 조사자료 보관, 기밀유지 등 보안 전반에 대해 개선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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