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41.5%와 학부모 56.4%가 고 2, 3학년에게 적용되는 현 제도가 더 유리하다고 대답한 것도 이런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또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교육당국의 정책 의도와는 달리 사교육이 더욱 늘어나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교육 증가=학생과 학부모 모두 새 대입제도 때문에 학원 수강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더 많이 받게 됐다고 대답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전체 평균이 57.5%이고 일반계 학생만 보면 63.7%로 더 높다. 학생(59.6%)과 학부모(63.6%) 모두 사교육을 더 받게 됐다고 답해 새 입시제도가 사교육 경감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과목은 수학 47.7%, 영어 44.5%, 국어 26.5%, 탐구과목 19.3%, 논술 5.1% 등이었다.
내신 강화가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학생 입장에선 대학수학능력시험, 내신, 논술·구술면접 등 세 가지를 모두 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내신등급제 반대=학생 학부모 모두 내신등급제가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학생 55.3%, 학부모 67.4%가 내신등급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학생의 실력 반영이 불공정해질 것이라는 대답(학생 38.0%, 학부모 44.8%)이 공정하게 반영될 것이란 응답(학생 27.9%, 학부모 17.9%)보다 높았다.
특히 학생보다 학부모의 새 제도와 내신에 대한 불신이 높은 점이 주목된다. 최근 학교에서 잇따라 벌어진 내신 관련 비리 사례들도 내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신 반영을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학생 36.4%, 학부모 53.9%가 수능을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본고사 금지 등 ‘3불(不)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 58.7%, 학부모 65.2%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지금보다 더 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고교등급제는 ‘실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학생 59.0%, 학부모 54.4%로 ‘실시해야 한다’는 대답(학생 36.1%, 학부모 36.7%)보다 훨씬 높았다.
▽학교생활 변화=내신 부담으로 학생들 간 경쟁이 심해진 반면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나타났다.
학생의 89.4%, 학부모의 91.1%가 ‘이전보다 시험 부담이 커졌다’고 대답했다. 학생들 간의 경쟁심리가 더 심해졌다는 대답도 학생 85.8%, 학부모 89.5%나 됐다. 특히 인문계 고교생은 대다수인 94.4%가 부담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학교 수업에 이전보다 더 충실해졌다는 대답은 학생 73.2%, 학부모 61.1%로 학생들이 내신의 중요성을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교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교원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학생(61.1%) 학부모(64.2%) 모두 찬성 의견이 많아 교직 사회에 대한 불신을 반영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30일 전국의 고1 학생과 학부모를 지역과 성별에 따라 모집단 비율대로 선정해 전화면접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동아닷컴(www.donga.com) 여론조사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어느 지역이 유리한가
대입에서 ‘강남불패’ 신화는 계속될까. 새 대입제도가 내신 9등급제 때문에 우수 학생이 많은 지역이 불리할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고1 학부모들은 서울 강남지역 학교가 여전히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1 중간고사 이후 예상과는 달리 내신이 불리한 지역에서 ‘탈출 전학 러시’가 일어나지 않은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
새 대입제도가 특정 지역(또는 학교)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는 데 대해 학생의 61.8%, 학부모의 64.6%가 ‘그렇다’고 응답하는 등 새 대입제도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다.
그러나 어느 지역이 유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엇갈렸다. 학생은 41.2%가 지방학교를 첫 번째로 꼽았고 두 번째가 서울 강남(28.5%)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는 서울 강남이 33.8%로 가장 많았고 지방학교는 26.5%였다.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 평가이사는 “학생들은 지역선발균형 전형을 의식해 지방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데 비해 학부모들은 주요 대학이 최근 내신 반영률을 높이지 않겠다고 밝히고 강남이 대입제도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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