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 평등’속의 私교육비·유학비 급증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고교 1학년생의 60%가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 때문에 사(私)교육을 더 많이 받게 됐다고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답했다. 올해 1∼4월 중의 해외 유학비와 연수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많았다.

이래도 정부는 새 대입제도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변할 것인가.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주 “새 입시제도의 출발은 힘들지만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지난날 경제부총리로 근거 없는 경제 낙관론을 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김 부총리는 고1 학생들의 촛불시위 등 새 입시제도의 ‘내신 강화’에 대한 불만은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입시경쟁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며 정부가 강행한 내신등급제는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우는 등 숱한 폐해를 낳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목표로 한 입시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움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교육의 경쟁력 강화와 인재 육성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정부는 2000개에 이르는 전국 고교들의 여건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눈 감은 채 모든 학교의 조건이 같은 것으로 보고 내신 입시를 치르라고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 학생의 선택권이 배제된 평등교육체제는 필연적으로 다른 학생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사교육 수요(需要)를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새 입시제도로 대학에 자율을 주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 교육의 미래에 절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학과 이에 따른 비용의 급증도 이와 무관할 리 없다. 사람과 돈이 유학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한국의 교육경쟁력은 퇴보할 것이다.

정부는 입시제도를 장악하면 교육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듯이 입시를 대학에 맡기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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