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요금이 평균 17.52% 오른 첫날인 1일, 택시 승강장에는 자신의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묻는 사람들만이 이따금씩 보일 뿐 빈 차량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서울시가 3년 9개월 만에 택시요금을 처음 올린 것이지만 시민들이 “너무 많이 올렸다”며 택시를 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부 택시 운전사는 승객이 어제보다 60% 이상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기 경기 불황 등이 겹쳐 이번 택시요금 인상으로 손님들이 3, 4개월은 택시를 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 경력 34년인 조태욱(60) 씨는 “1만 원 나오던 것이 1700원 정도 더 붙는 건데도 부담스러워 하는 손님이 많다”며 “일단 승차하면 1000원짜리 2장을 기본요금(1900원)으로 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 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개인택시 운전사 김모(47) 씨는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손님을 3명밖에 태우지 못했다”며 “그것도 택시요금이 오른 것을 몰랐다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 일할 기운마저 다 빠졌다”고 말했다.
회사택시를 모는 이진수(57) 씨는 “기본요금이 1600원이었을 때는 손님이 셋이면 2400원인 버스요금보다 경쟁력이 있어 단거리 손님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줄었다”며 “요새 같은 경기 불황에 빠르게 올라가는 미터기를 보고 안 놀라는 손님이 어디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는 택시 운전사의 처우 개선과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택시요금을 인상했지만 ‘누구를 위한 인상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택시 운전사들이 많았다.
2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김기업(56) 씨는 “2001년 인상 때도 7만3000원 정도 하던 사납금(매일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매출)이 요금 인상 뒤 8만1000원 정도로 뛰었다”며 “조합에서 2006년 12월까지 사납금 인상을 막았다고는 하지만 그 뒤에는 결국 지금과 같은 여건 속에 승객과 운전사만 골탕 먹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택시 운전 경력 20년인 김용각(56) 씨는 “사납금도 문제지만 실제로 택시를 살리는 길은 액화석유가스(LPG) 요금 인하”라며 “4년 전 1L에 180원 정도 하던 LPG 요금이 지금은 700원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운전사 원유연(53) 씨는 “어차피 택시 탈 사람은 다 타기 때문에 차라리 택시 요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올려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고급교통수단으로 바뀌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김진재(39) 씨는 “심야시간의 승차 거부나 합승 관행이 여전한데 요금 인상이 웬 말이냐”며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서비스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