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장지여성교실. 5명의 시각장애인 여성들이 요리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음식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배순옥(38), 남견희(40), 박지영(42), 윤봉덕(52), 원종미(58) 씨 등 이들 5명은 모두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 특히 배 씨는 음식이라고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생 초보’ 수강생이다.
이 자리는 4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송파구가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이들 옆에는 1, 2명의 자원봉사자가 실습을 도와줘야 한다. 양념, 물 등의 양과 써는 모양 등은 옆에서 분량을 재주거나 미리 ‘이런 모양이다’라고 만져보게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음식은 ‘야채 빵’ 만들기. 앞서 가진 6차례 강의에서는 탕수육, 코다리찜, 마파두부, 황태말이 국수 등을 배웠다.
일반인처럼 눈으로 대충 짐작할 수 없다 보니 배우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 것은 당연한 일.
“고기를 기름에 튀길 때 참 어려웠죠. 온도를 짐작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물 같은 경우에 이들은 손가락을 넣어 온도를 짐작한다. 하지만 끓는 기름에 손가락을 넣을 수는 없는 일. 대신 나무젓가락을 넣어 기름이 튀는 소리로 온도를 짐작했다.
콩나물 오색채를 만들기 위해 채를 썰 때는 미리 5cm 길이로 자른 재료를 이용해 일일이 길이를 대가며 썰기도 했다.
“지난번 만든 마파두부를요…집에서 가족들에게 다시 만들어 줬거든요…제가 처음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배 씨는 “그동안은 가족들이 해 주는 음식만 먹었지 직접 만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비록 내가 만든 음식도, 가족들이 먹는 모습도 볼 수는 없었지만 느낌만으로도 무척 행복했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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