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지킴이’ 도덕성에 치명타…헌재재판관 첫 불명예 퇴진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07분


2일 사퇴의사를 밝힌 이상경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2일 사퇴의사를 밝힌 이상경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이상경(李相京·60)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사퇴 의사 표명과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 재판관이 정식으로 사표를 내면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재판관은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첫 헌법재판관으로 기록되게 됐다. 또 후임 재판관 임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경과=이 재판관의 임대 소득세 탈루 의혹이 불거진 것은 5월 25일. 1994∼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2층 단독주택을 임대하면서 세입자에게 매달 350만∼400만 원의 임대료를 받으면서 세무당국에는 매달 100만 원으로 낮춰 신고했고, 이에 따라 10년 동안 3억 원가량의 임대소득을 누락시켜 수천만 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세입자와의 소송 과정에서 세금 탈루 의혹이 불거지자 세입자에게 2000만 원을 합의금 명목으로 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 재판관은 “소득신고와 세금 납부는 모두 집사람이 알아서 했기 때문에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시민단체들의 사퇴 요구는 거셌다.

이 재판관은 2일 참여연대 등이 자신을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재판관 임명 절차=헌재 재판관은 9명.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재판관은 2004년 2월 국회 추천으로 재판관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후임자도 국회에서 추천된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됐거나 임기 중 결원이 생겼을 때는 임기 만료나 결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추천으로 임명된 경우는 국회 폐회나 휴회 중에 임기가 종료됐거나 결원이 생긴 때에는 다음 회기가 시작된 뒤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이달 말까지를 회기로 해 임시국회를 소집했기 때문에 7월 2일까지는 후임자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 재판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국회에 결원 통지를 하면 국회의장은 정당 관계자들의 추천 협의를 거쳐 추천 대상자를 정한다. 이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추천하게 된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그 뒤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이어진다.

이 재판관은 임명 당시(2004년 2월)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여당은 열린우리당이고, 민주당은 야당이 된 상태다. 따라서 추천 협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편 헌재 관계자는 “결원으로 재판에 공백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헌재법이 전체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하면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헌 결정이 나기 위해서는 결원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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