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배우’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감독 없는 드라마’로 끝난 셈. 일각에선 “애초부터 정치권 배후설의 실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건 전말=검찰 수사 결과는 이번 사건이 한마디로 정치권의 지원을 의식한 김세호(金世浩·사건 당시 철도청장·구속기소) 전 건설교통부 차관의 개인적 공명심에서 비롯돼 추진됐다는 것.
철도청의 유전사업 참여는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이 부동산개발업자 전대월(全大月·구속기소) 씨 등에게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기소중지) 씨를 소개하면서 비롯됐다. 허 씨는 전 씨 등과 만난 이후 자신이 알고 지내던 왕영용(王煐龍·구속기소) 당시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이 사업을 제안했다.
왕 씨는 이를 김 당시 청장에게 보고했고, 김 청장은 개인적 공명심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온갖 편법과 불법 탈법이 이어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남은 의혹=검찰은 청와대 등이 범정부적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지만 곳곳에서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수사 초기 “허 씨가 없어도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허 씨의 부재로 인한 공백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의문은 유전사업이 김 전 차관 선에서 이뤄졌다는 부분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왕 씨가 지난해 8월 30일 청와대를 방문해 산업정책비서관실 김경식 행정관에게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고, 그 열흘 뒤에는 전 씨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최모 행정관에게 유전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전 씨가 동향의 최 행정관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씨가 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에게 은행 대출 청탁을 했는지도 허 씨의 잠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관련자들 사이에 돈거래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점도 의외다. 유일하게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람은 전 씨 1명이다. 철도청에서 사례비 명목으로 84억 원의 채권을 받아 자신의 빚 변제에 썼기 때문이다. 다른 관련자들은 한 푼도 챙긴 게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점=감사원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허 씨의 출국 방치는 검찰 수사에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게다가 기본적인 문서 보안도 제대로 하지 못해 각종 감사 자료가 조사 대상자들 손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한 달여의 감사원 감사 후에야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자들이 증거를 상당부분 파기하거나 검찰 조사에 대비해 서로 입을 맞춘 후였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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